(서울=연합인포맥스) 골목상권 살리기 소비자연맹 등 전국 80여개 소상공인, 소비자단체는 지난 16일부터 롯데그룹 제품과 9개 대형유통사(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백화점,이마트,신세계백화점,홈플러스,홈플러스Express,GS슈퍼마켓,현대백화점)에 대한 무기한 불매운동에 들어갔다.

유통업계 1위인 롯데를 주타겟으로 했지만 대기업들의 진출로 고사위기에 처한 골목상권의 생존을 위해 실력행사에 들어간 것이다.

불매운동의 주대상이 된 롯데그룹의 주가는 즉각적으로 타격을 받았고, 불공정거래 관련 공정위의 조사대상이 되는 곤혹스런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당장의 매출손실은 물론이며, 골목상권과의 상생 문제가 제기됐고, 불매운동측과 유통업계의 갈등이 고조됐다. 물론 소비자들도 제품의 선택에 제한 또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 예상된다. 골목상권을 둘러싼 갈등은 모두가 피해자인 셈이됐다.

이번 갈등의 본질은 간단하다. 한마디로 `밥그릇 싸움'이다.

불매운동 추진 측은 카드수수료 체계 개편 수용과 리베이트 등 불공정거래 중단, 자율적인 의무휴업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골목상권의 절반 이상이 잠식당한 상황에서 상생법에서 추진되었던 자영업자들에 대한 배려가 대기업 집단의 수익극대화 추진 움직임에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보이자 반발하는 것이다.

불매운동의 결과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결속이 얼마나 지속될지도 전망하기 힘들고 사업확장에 제동이 걸린 대형 유통업체들도 순순히 물러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형 유통업체가 제공하는 가격경쟁력, 쾌적한 영업공간 등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자영업자들의 손을 들어줄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서 대형마트 휴무 및 영업시간 제한을 강제하자 맞벌이 부부 등을 중심으로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생존권과 영업권을 둘러싸고 지속되던 극심한 대립이 불매운동이란 정면대결 양상으로 터져나온 상황을 보며 씁쓸함을 감출수 없다.

자영업자들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력 부재, 유통업계의 사회적 배려 미비 등 거창한 주제어 보다 감성적으로 먼저 와닿는 씁쓸함이다.

금융위기 이후 불황으로 각박해진 사회에서 배려와 공존은 더 이상 찾기 힘든 덕목이 된 것일까라는 회의 때문이다.

사상 최대규모의 수익을 올리는 대기업의 그늘에 부도 선상에서 신음하는 하청업체들이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화려하고 깨끗한 대형 유통매장의 그늘에 오늘도 폐업을 고민하는 자영업자들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수익추구가 존재이유인 유통업체만을 탓할 수 있는 것인지, 또 필자 스스로도 당장 이번 주말 쇼핑장소로 쾌적한 대형마트를 포기하고 재래시장을 찾을 것이냐고 물으면 자신은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한 시발점은 이런 단순한 부분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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