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최근 수요예측에서 '미달'을 내는 기업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도 크라운제과가 발행하는 회사채에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

1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A'인 크라운제과는 3년물로 300억원의 회사채를 내달 8일 발행하고자 전일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크라운제과가 제시한 희망금리밴드 내로 몰린 주문은 총 1천100억원. 발행예정액의 3배가 넘는 수준의 주문이 몰렸다. 유효경쟁률만 3.67 대 1에 이를 정도였다.

앞서 AA급인 파라다이스가 회사채 발행 계획을 끝내 철회한 데 이어 LF도 수요예측에 실패하면서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 환경이 대폭 악화됐다는 진단이 많았다.

또 크라운제과와 같은 규모로 수요예측에 나선 한독(A-)이 절반인 150억원의 미달을 기록하면서 기관들의 A급 기피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특히, 한독은 침체된 분위기를 십분 감안해 수요로 들어온 150억원만을 최종 발행액으로 결정하기도 했다. 당초 발행예정액의 절반을 감액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크라운제과의 수요예측 흥행은 신용등급 상향에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26일 크라운제과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노치 올렸다. 자회사인 해태제과식품의 기업공개(IPO) 이후 재무구조 대폭 개선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지난해 말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식품의 부채비율은 42%, 270% 수준이었지만, 지난 9월 말에는 34%, 190%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해태제과 인수에 따른 자금부담이 IPO와 실적 개선을 통해 상당 부분 상쇄된 점이 투자자 확보로 이어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다수의 기관이 '북클로징'을 준비하는 가운데서도 절대금리 매력이 고점에 왔다고 보는 투자자들도 이번 수요예측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평가다.

민동원 유안타증권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대부분의 증권사가 내년 금리가 '상고하저'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국내 정치·경제적 리스크로 소비심리가 대폭 악화한 점을 들어 미국 금리와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을 보일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달리 국내 금리는 제자리를 지킬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최근 국고채 금리가 급격히 위로 튀었을 뿐 아니라 전일 신용 스프레드가 연고점을 갱신했다는 점에서, 절대금리를 추구하는 일부 기관들은 투자의 최적기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전일 신용등급이 'A'인 기업들의 3년물 신용 스프레드는 141.3bp였다. 지난해 같은 시점과 비교하면 20bp 이상 추가로 확대된 셈이다.

증권사의 다른 관계자는 "전통적인 내수 업종이라는 점에서 크라운제과 회사채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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