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한국 채권이 아시아에서 '세이프 하버(Safe Harbor·안전지대)'라고 표현될 만큼 안전적인 자산의 위상을 갖고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투자 매력도는 떨어질 수 있다"

홍다연 HSBC 금리 전략가는 5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우리나라의 잠재 성장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만약 미국 채권 금리가 내년 1분기까지 상승 트렌드를 보인다면 우리나라 10년물 국채 금리도 이에 연동돼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방향성은 같을 수 있지만 양국의 금리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HSBC 홍다연

우리나라가 미국처럼 장기 금리에서 인플레이션과 성장률에 대한 기대를 반영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미 금리차가 확대될 경우 우리나라 채권에 대한 메리트가 떨어지게 되는만큼 정책적 관심도 당부했다.

홍 전략가는 통화정책 한계에 대한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며 내년 재정정책 확대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 이후의 정책적 불확실성이 여전해 재정확대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선 의문을 표했다.

그는 "인프라에 투자하려면 채권을 조달해 자금을 발행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미국 부채가 너무 많다"며 "금리가 올라가면 결국 부채에 대한 상환 비용도 늘어나게 돼 얼마나 부채를 늘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채권 금리에 반영될 경우 시장의 안전 자산 선호 심리는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이는 원화 약세 재료로 HSBC 측은 올해 연말 달러-원 환율이 1,180원, 내년 1분기에 1,200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음은 홍 전략가와의 일문일답.

-내년 1월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 이후 금리 인상 속도가 매우 가팔라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내년 국내외 금리 전망은.

▲미국의 내년 1분기 10년물 국채 금리는 2.5%까지 올라갈 수 있겠지만, 연말 기준으로는 1.35%로 보고 있다. 다시 금리가 하락할 거라 보는 건 금리 상승으로 재정이 긴축될 수 있어 경기에는 좋지 않을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모기지 금리가 올라가는 부분도 경기에는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채권 금리는 트럼프가 당선 된 직후 급등했지만 사실 미국 대선 전부터 올라오고 있었다. 이제껏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기간프리미엄이 굉장히 낮아져 있었는데 그에 대한 정상화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다. 통화정책 한계에 대한 인식이 기간프리미엄 상승에 영향을 준 부분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시장의 변동성 심할 땐 정책적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 현재 환율과 금리가 많이 올라와 있고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금리를 내리면 자금유출 발생할 수 있다. 가계대출 문제도 있다. 금리 인하 여지는 있지만 속도에 대해선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HSBC의 시장 전망에 따르면 중국과 브라질을 제외하고 대부분 국가의 수익률 곡선이 스티프닝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펀더멘털 진단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지금은 미국 금리가 주도하는 시장이다. 만약 미국 금리가 내년 1분기까지 상승 트렌드를 보인다면 당연히 신흥국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나라 10년물 국채 금리도 이에 연동돼 추가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금리차는 더 커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처럼 장기 금리에서 인플레이션 및 성장률에 대한 기대를 반영할 수 있는 시장 상황은 아니다. 현재 미국 금리가 올라가는 이유는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서 성장률이 올라가고 고용도 늘 것이라는 기대 심리 때문이다.

-내년에도 완화적 통화정책 흐름 지속될 것인지.

▲이제까지 통화정책에 굉장히 많이 의존을 했는데 기존의 트렌드가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통화정책이 물가 하락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해왔고 많은 나라들이 완화적 통화 정책을 펼쳐 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많이 강해지진 않았다. 재정 정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데 실질적인 것도 나오지 않았다. 물론 통화정책 효과가 없다고 해서 단기간에 끝나진 않을 것이다. 일본과 유럽도 아직 통화 완화책을 유지하고 있고 양적완화가 완전히 끝나려면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통화 정책에 재정정책에 대한 포커싱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트럼프 효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나 그의 대규모 재정정책은 결국 달러를 약세로 유도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길게 보면 달러가 다시 약세가 될 가능성이 있으나 현재 트럼프가 내놓은 정책들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트럼프가 당선 후 달라진 모습을 보였고 현 상황으론 정책적으로 불확실한 부분이 많다. 인프라 투자하려면 채권 조달하고 자금 발행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미국 부채가 너무 많다. 얼마나 부채를 늘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금리가 올라가면 결국 부채에 대한 상환 비용도 늘어나게 돼서다. 이 불확실성 때문에 결국 리스크가 낮은 자산을 찾을 수밖에 없다. 현재 정치적 포퓰리즘 움직임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고 이런 불확실성이 채권 금리에 반영된다면 안전 자산 선호는 지속해서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원화는 약세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본다. 올해 연말에는 1,180원, 내년 1분기에는 1,200원까지 오를 것이라 보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 시장의 자금유출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한미 금리차가 많이 벌어진다면 결국 우리나라 채권 금리에 대한 메리트는 떨어지는 것이다. 추가로 들어올 자금들은 굉장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자금 유출 속도로 봤을 때 우리나라 채권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자금을 보면 외국인 투자자들 50% 이상이 '소버린(Sovereign)' 자금이다. 해외 중앙은행들이 자금을 분산투자하기 위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것이다. 펀드멘털에 대한 인정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외국인 국내 채권 잔액은 연초부터 꾸준히 줄어들었다. 9조~10조 정도 빠져나갔는데 시장에 큰 영향 주지 않았다. 일단 신흥국 시장 펀드 자체에 잔고가 줄었기 때문에 자금을 회수해야 할 상황이 발생했을 수 있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 패턴 보면 통안채는 많이 팔았는데 그에 비해 5년물 벤치마크 본드를 사는 등의 투자 패턴을 볼 수 있다. 절대적 사이즈는 줄었지만 델타 포지션은 갖고 가겠다는 것이다.

-내년 우리나라 경제 전망은.

▲우리나라 잠재 성장률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면 내년에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수출도 계속 부진했고 국내 소비나 투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건설투자가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이에 대한 기저효과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중단기적으로는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겠으나 우리나라가 중국 주도의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에는 동떨어져 있다. 우리나라는 북한이 막고 있어 섬나라 같은 모습이다. 자체적으로는 청년실업이라든지 국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잠재성장률 계속 떨어뜨리는 이슈다.

물론 아시아 내에선 한국 채권이 '세이프 하버(안전지대)'라고 표현될만큼 안전적인 자산의 위상을 갖고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투자 매력도 떨어질 수 있다. 정책적으로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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