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조사에 착수하는 등 CD 금리 담합 의혹의 불똥이 결국 은행권으로 튀었다.

은행들은 그러나 예대율 가이드라인 변경으로 장기간 CD를 발행하지 않은 만큼 담합은 없었다며 무리한 조사보다 대체금리 활성화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공정위, 은행권 '정조준' =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일 오전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에 조사팀을 파견, 최근 CD 발행 내역 등을 확보하는 등 담합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가 은행권으로 CD 금리 담합 조사를 확대한 이유는 은행들이 CD 금리를 조작할 유인이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과 같은 저금리 환경에서 담합을 통해 CD 금리를 다른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 이자수익 감소폭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말 현재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규모는 455조8천억원으로 이중 약 43%인 196조원이 CD 연동대출이다. CD 금리가 1%포인트 등락하면 가계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이 연간 2조원 안팎 규모로 증감한다.

올해 들어 CD 금리는 시중금리 하락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올해 2분기 중 CD 금리는 연 3.5% 수준에서 정체 양상을 보이다가 이달 12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후에야 3.24%로 소폭 하락했다.

CD 금리는 금투협 규정에 따라 신용등급이 'AAA'인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씨티, 외환, 스탠더드차터드 등 7개 은행이 발행한 3개월물을 기준으로 한다. 이들 은행은 발행 주체로서 CD 금리 결정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 4대은행, 담합 조사는 무리수 = 4대 시중은행들은 그러나 2009년부터 은행들의 건전성을 높이려고 예대율을 100% 이하로 유도하는 정책을 편 후 CD 발행과 유통이 개점휴업 상태인 점을 들어 담합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당국은 기존에 예금으로 인정되던 CD 금리를 예금에서 제외했고, 이 때문에 은행들은 CD 발행을 급격히 줄였다. CD 발행 잔액은 2009년 말 100조원에서 올해 6월 말 27조원으로 급감했다. 최근 CD 발행은 거의 중단된 상태다. CD 유통물은 모두 1조7천억원 규모로, 한 달 거래량은 1조1천억원에 불과하다.

4대 시중은행들은 짧게는 8개월, 길게는 3년 이상 CD를 발행하지 않았다. 신한은 2008년 12월, 우리는 2009년 12월, 국민은 2011년 2월, 하나는 2011년 10월까지 CD 금리를 발행했다.

A은행 관계자는 "자금 확보 창구가 많은데 CD가 예대율 가이드라인에서 빠지면서 CD 발행이 축소 또는 중단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은행이 CD 금리를 조작하기 위해 담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주요 은행들이 수년간 CD를 발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담합 조사는 의미가 없다"며 "다만 당국이 의혹을 품고 조사에 착수한 만큼 일단 조사에는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리한 담합 관련 조사보다 CD 금리를 대체할 금리체계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C은행 관계자는 "수요가 없으니 CD 발행을 하지 않은 것일 뿐"이라며 "CD 금리 변동폭 축소는 단기지표로 대표성이 부족해 생긴 현상인 만큼 코리보 등 대체 금리체계 도입 논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D은행 관계자는 "최근 CD 금리는 보합세를 유지하다가, 특정 은행이 CD를 발행하면 금리가 변동하는 한계를 보여왔다"며 "CD 대체금리로 통안채와 은행채, 코픽스, 코리보 등이 언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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