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국 장기 국채가격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자산매입 기간을 연장했지만 규모를 축소한 것에 의미를 둬, 사실상 테이퍼링이 시작됐다는 우려로 내렸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8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현재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4.4bp 오른 연 2.391%에 거래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에서 1.2bp 낮아진 1.092%를 나타냈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에서 5.9bp 상승한 3.088%에서 움직였다.

국채가격은 유럽장에서 ECB의 통화정책 결정 발표 전부터 내리다가 뉴욕장 들어 ECB 결정이 발표되자 수직으로 급락했다.

미 국채 10년물은 2.4% 선을 한때 넘어섰고, 같은 만기 독일 국채도 0.45%로 상승했다. 오후 들어 10년물 독일 국채수익률은 0.375%로 내렸다.

국채가는 이번주 들어 ECB의 완화정책 지속 전망에 나타났던 상승세를 중단했으며 장기물 수익률이 올라가고 단기물이 내려가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졌다.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 본부에서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인 '레피(Refi)' 금리를 제로(0)%로, 예금금리를 마이너스(-) 0.4%로 동결하고 채권매입규모를 내년 4월부터 12월까지는 월 600억유로로 줄이기로 했다.

기존 800억유로 규모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은 내년 3월 마무리된다.

ING의 카스텐 브르제스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테이퍼링을 발표한 것이다"고 말했다.

씽크마켓츠의 나임 아슬람은 "ECB가 2017년까지 채권매입을 연장한 것은 시장 예상보다 길다"며 "하지만 규모를 800억유로에서 600억유로로 줄인 것은 기대 이하이다"라고 말했다.

아슬람은 "ECB는 더 비둘기파적으로 테이퍼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기자회견이 시작되면서 통화완화 의지 부분이 강조되자, 국채가 낙폭이 줄었다.

드라기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채권매입프로그램의 조건이 1월부터 바뀌기 시작한다며 매입대상 국공채의 최소 잔여 만기를 2년에서 1년으로 줄이면서 매입대상 채권의 만기를 더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라기 총재는 시중은행들이 ECB에 여유 자금을 맡길 때 적용받는 마이너스(-) 0.4%의 예금금리보다 낮은 유로존 국채도 매수할 것이라며 다만 이는 할 수 있다는 것이지 절대적인 필요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드라기는 이날 양적완화(QE)를 축소하는 테이퍼링 논의는 없었다며 오늘의 메시지는 중앙은행은 시장에 계속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기는 마지막으로 양적완화는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다며 필요시에는 채권매입규모를 다시 800억유로로 확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CB는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로 유지했지만 2017년은 1.7%로 0.1%포인트 높였다. 2018년은 1.6%로 기존치를 유지했고, 2019년은 1.6%로 내다봤다.

또 물가는 올해 0.2%를 유지했으나 내년은 1.3%로 0.1%포인트 높였다. 하지만 2018년은 1.5%로 0.1%포인트 낮췄으며 2019년 1.7%를 예상했다.

ECB의 QE 연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알리안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하이즈는 ECB의 채권매입은 유로존 은행의 자본과 수익성에 부담을 주면서 정부와 기업채권의 위험 프리미엄을 인위적으로 낮춘다며 반면에 연금 재정의 적자를 키우는 영향을 준다고 진단했다.

그는 물가가 (올라서) 몇 개월 안에 채권매입을 더 빠르게 중단할 필요성을 높인다면 이는 채권시장에 '나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채권시장이 예상하는 앞으로 10년간 물가 상승률이 1.999%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 2%에 근접했다.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와 물가연동국채(TIPS) 간 수익률 차이(BER, break-even rate)가 장중에 1.999%포인트로 상승했다.

이는 국채시장 참가자들이 앞으로 10년간 평균 물가가 1.999%에 달할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BER은 지난 6월에는 1.36%포인트에 불과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앞으로 5년 동안의 물가 기대는 이번주 2.1%를 기록해, 이미 2%를 넘어섰다.

BER은 2014년 9월 이후 2%를 넘어선 적이 없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지수는 4년 동안 2%를 밑돌고 있다.

지난 12월3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실업보험청구자수가 하락했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수가 1만명 감소한 25만8천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치 25만5천명에 거의 부합한 것이다.

주간 실업보험청구자수는 92주 연속 30만명을 하회했다. 이는 1970년 이후 가장 오랫동안 30만명을 밑돈 것이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옆으로 기는 장세를 지속했다.

이자율 전략가들은 이제 남은 올해 마지막 변수인 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있다며 2107년 금리 인상 기조와 관련한 어떤 신호가 나올지 점도표를 주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략가들은 관건은 연준이 점진적인 인상 기조를 버릴지에 달렸다며 이 기조가 고수된다면 다시 장기 국채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지난주 2.492%으로 17개월래 최고치로 오른 바 있다. 2.45%에서는 해외와 연기금 등에서 매수세가 유입됐다.

콜럼비아 트레드니들은 투기등급(정크본드) 채권 비중을 줄이고, 미 국채 5~7년 만기물을 담았다며 "시장은 여전히 재정정책과 관련해 밀월을 즐기고 있지만, 낙관론은 내년 초에 식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 회사는 채권수익률과 달러가 급등한 것이 2014년처럼 금융 여건을 조이고, 미국의 내년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이라며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2017년 중반에 2% 선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JP모건은 내년 새로운 정부의 재정정책 규모가 작을 것이라며 미국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두 차례만 내다봤다.

투자은행은 또 2017년 미 성장률은 1.9%, 2018년은 1.8%로 내다봤다. 이는 새로운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실시 가능성을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WSJ은 설문에서 62명의 미국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가 1.26%에, 2018년 12월까지는 2.07%에 도달할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국내총생산(GDP), 물가, 금리 등의 전망도 높이고, 앞으로 12개월간의 경기 침체 가능성도 20%에서 17%로 낮췄지만, 미국이 최근 10년간 잃었던 제조업 일자리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의구심을 보였다.

미국 재무부는 다음 주에 560억달러의 장기국채를 입찰한다고 발표했다. 12일 3년 만기 240억달러와 10년 만기 200억달러가 같이 공급된다. 13일은 30년 만기 120억달러가 입찰된다. 이 물량은 올해 마지막 장기물 입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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