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은 9일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한데 대해 시장 불확실성이 다소나마 해소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실시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299명이 투표해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 가결됐다.

한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박 대통령 탄핵 가결은 새롭게 불안이 가중된다기보다 수개월째 이어진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정치적 불안정이 어느 정도 갈피를 잡아간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며 "최근까지 실질적으로 국정이 마비됐던 상황이 개선되는 불확실성 해소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탄핵안 통과 결과가 이날 장 마감 이후에 나오면서 서울환시에서 달러화 환율에는 직접적 충격을 가하지는 않았다. 주말 사이 역외 시장을 거쳐 다음 주 초반에나 파급력이 반영될 공산이 크다.

현대선물 정성윤 연구원은 "실제 이날 장중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매입 프로그램 연장 결정에 대한 반응과 다음 주 있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관련한 경계 심리가 중요한 변수였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그러나 "탄핵 정국이 여태까지 달러-원 환율에 어느 정도 하방 경직성을 지원했던 것이 사실이었던 만큼 탄핵안 가결이 지금의 정치적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여러 경로 중 하나로 볼 여지는 있다"며 "오히려 부결됐을 경우 반(反) 정치권 여론이 더욱 거세지는 등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이 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달러-원 환율이 글로벌 달러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던 점에 비춰 국내 정치적 이슈가 달러화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력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뒤따랐다.

전일 증시에서 코스피가 2% 가까이 급등한 것도 ECB의 완화적 기조가 연장될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반영한 측면이 컸다. 특히 장 후반 발표된 중국의 11월 무역 지표가 시장 예상을 전반적으로 웃돌았고 달러화 기준 수출이 8개월 만에 반등한 영향이 리스크온(위험 선호) 쪽으로 작용했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탄핵안 가결로 우리나라 펀더멘털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와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에 전달할 예정이다.

키움증권 서상영 연구원은 "국내 정치적 불안이 수개월째 이어지긴 했지만 경제적 펀더멘털상 변화는 크지 않다는 판단"이라며 "최근 OECD가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경제 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본 점이나, 중국의 수출 호조, 미국의 대(對) 중국 수출 증가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우리 경제도 글로벌 경기 개선 흐름을 따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OECD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 2.9%에서 내년 3.3%, 2018년 3.6%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서 연구원은 다만 "여론조사에서 탄핵을 찬성하는 의견이 줄곧 70%를 넘어섰던 점을 봐도 탄핵안 가결은 단기적으로나마 시장 불확실성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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