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ㆍ세종=연합인포맥스) 고유권 백웅기 김대도 윤시윤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9일 국회에서 가결 통과된 직후 역외 시장은 일단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이 조심스럽게 예상됐고, 실제 가결 처리되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해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와 금융당국, 한국은행 등 경제팀이 탄핵안 가결 직후 시장안정을 위한 대응책 마련과 함께 안정화 조치 메시지를 신속하게 시장에 전달한 것도 불확실성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줄인 영향도 있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경제정책을 일관성 있게 이끌어야 할 경제 콘트롤타워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라는 점은 안심할 수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미국이 이달 정책금리 인상을 통해 본격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로 진입할 것으로 보이고, 도널드 트럼프 신행정부의 출범이 임박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미국 또는 유럽 등에서 발생하는 대외 충격이 예상치 못한 경로의 파급 효과로 나타날 경우 변동성 확대의 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탄핵 충격파 일단 없었다…환율ㆍ한국물 안정적 흐름

탄핵안 가결 직후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원 환율과 한국물, 주요 지표들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이 전일 오후 4시가 돼서야 확정됐기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에서 '탄핵 변수'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밤새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가격 흐름에 시선이 쏠렸다.

10일 기재부와 한은,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지난밤 1,168.80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 포인트(+0.10원)를 고려할 때 전일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165.90원)보다 겨우 2.80원 오르는 데 그쳤다.

NDF 환율의 흐름 만으로만 보면 일단 탄핵 변수는 거의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오히려 유럽중앙은행(ECB)의 채권매입 프로그램 연장에 따른 유로화 약세와 달러화 강세에 영향을 받은 측면이 강했다.

일부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불확실성 해소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있어 큰 변수는 되지 않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한국물도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10년물은 6bp 오르는 데 그쳤다. 미국 국채 10년물이 6bp 오른 것과 같은 상승 폭이다. 결국, 미국 채권시장 흐름에 연동된 모습을 보인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를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42.5bp로 전일과 같았다. 지난달 말 49.8bp였지만 이달 들어 하락세를 보이면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게 계속됐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CDS 프리미엄과 한국물 금리 동향을 지속해서 점검하고 있는데 아직 큰 영향은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물 가운데 유동성이 좋아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달러채 유통금리를 보더라도 플러스, 마이너스 1bp 수준의 변동만 있다"고 말했다.

다만, 뉴욕증권거래소 등에 상장된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식예탁증서(DR) 가격은 약세를 보였다.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등 주요 3대 지수가 이틀째 사상 최고 행진을 이어간 것과는 다른 흐름이었다.

국민은행이 2.6% 하락했고, 우리은행(-2.2%), KT(-2.1%), 삼성전자(-1.7%), 신한은행(-1.5%), SK텔레콤(-1.3%), 포스코(-0.8%), 현대차(-0.7%) 등도 떨어졌다.

일본계 은행의 한 관계자는 "탄핵안 가결 이후 역외세력들의 포지션에서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면서 "거의 움직임이 없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북미계 은행 관계자도 "탄핵안이 부결됐다면 달러-원 환율이 1,180원까지 급등했을 수도 있다. 가결된 것을 오히려 리스크온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불안 요인이 될 수는 있겠지만 역외 시장에서는 일단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고 강조했다.



◇시장안정 총력적 나선 경제팀

국회의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 직후 경제팀의 대응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일 기재부 간부회의를 연 데 이어 저녁 9시에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해 비상경제대응반을 가동해 이상 징후가 있으면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시장은 물론 수출과 투자, 고용 등 실물경제 동향도 24시간 철저히 모니터링 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 부총리는 특히 무디스와 S&P,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사와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40∼50곳을 포함, 해외 투자자 300곳에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 서한을 발송했다.

유 부총리는 이날 경제5단체장을 만나 실물경제가 안정화될 수 있도록 당부하고, 오후에는 기재부 간부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다.

최상목 1차관은 이날 오전 관계기관 합동 비상경제대응반 회의를 주재해 시장 불안 요인에 선제로 대응하고 필요하면 신속히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기재부는 11일 재정상황점검회의도 열어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재정 집행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당국도 총력을 다해 시장안정에 나서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전일 오후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탄핵안 국회 가결로 인한 혼란 상황에서 시장 교란 행위가 발견될 경우 엄중히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국민이 믿고 기댈 수 있는 것은 공직자뿐이라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해달라는 당부도 했다.

임 위원장은 11일 금융감독원장과 주요 산하기관장 등이 참석하는 금융 상황 점검회의도 주재하고, 12일 장 시작 전에 금융위ㆍ금감원 합동리스크 점검회의도 주재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전일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상황을 점검한 데 이어 이날 오전에도 간부회의를 주재했다.

이 총재는 당초 이달 4∼7일 라오스중앙은행과의 교류협력 양해각서 체결을 위한 출장이 예정돼 있었지만, 상황이 엄중하다는 판단에 출장을 전격 취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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