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특정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해 계열사간 거래 단계에 끼워 넣도록 직접 지시한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서 포착됐다.

공정위는 19일 롯데피에스넷㈜이 제조사로부터 현금자동입출금기(ATM)기를 직접 구매할 수 있음에도 계열사인 롯데알미늄㈜를 통해 간접 구매하는 방법으로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억4천9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0월 롯데피에스넷은 CD기 위주에서 ATM기 위주로 사업 모델을 변경ㆍ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ATM기 제조사로 네오아이씨피가 가장 적합하다고 롯데그룹의 최고 경영진에 보고했다.

그러나 신동빈 당시 롯데그룹 부회장은 보일러제조 전문회사인 롯데기공(현 롯데알미늄)을 거래 중간에 끼워 넣을 것을 지시했다.

당시 롯데기공은 공사관련 채권의 회수지연 등으로 유동성이 크게 악화했고, 단기차입금이 과다해져 부채비율이 5천366%(산업평균은 469%)에 이르는 등 경영상 어려움에 몰린 상태였다.

신 부회장의 지시로 롯데피에스넷은 기존의 직거래방식과는 달리 지난 2009년 9월부터 현재까지 ATM기를 제조사인 네오아이씨피로부터 직접 구매할 수 있음에도, 계열사인 롯데알미늄(구 롯데기공)을 통해 구매했다.







이 기간에 롯데알미늄 기공사업본부는 네오아이씨피로부터 ATM기 3천534대를 666억3천500만원에 사들여 롯데피에스넷에 707억8천600만원에 판매해 41억5천100만원의 매출차익을 냈다.

이러한 롯데피에스넷의 간접구매 방식은 통상적으로 수요업체가 제조사로부터 ATM기를 직접 구매해 불필요한 유통비용을 절감하는 거래 관행과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다.

부당지원으로 롯데기공은 지난 2008년 881억원의 당기순손실에서 지난 2009년부터 흑자로 전환되는 등 재무구조가 현저히 개선됐다. 롯데기공은 지난 2009년 1월 19일 워크아웃 대상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롯데기공이 이 거래로부터 챙긴 39억3천400만원(형식적 투자금 제외)은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당기순이익 46억1천600만원의 85.2%에 해당한다.

권철현 공정위 시장감시국 서비스업감시과장은 "이번 조치는 대기업집단이 별다른 역할이 없는 계열회사를 중간에 끼워 넣어 일종의 통행세를 챙기게 해 주는 방식으로 부당지원한 행위를 적발해 제재한 첫 사례"라고 말했다.

권 과장은 "앞으로도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하고, 통행세 관행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기공 관련자가 네오씨피 부사장에게 보낸 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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