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CD금리가 담합 논란에 오르내릴 수밖에 없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은행이 발행금리를 제시하면 10개 증권사가 이를 바탕으로 추정해 결정하는 CD금리 결정 과정에는 주관적 판단이 개입, 담합이 이뤄질 여지가 있다.

특히 CD 유통이 거의 없다보니 시장에서 형성돼 누구나 납득할 만한 가격이 없어, 몇몇 담당자의 판단에 따른 `그들만의 CD금리'가 생겨날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

주택담보대출 등 서민 가계 대출 이자를 결정하는 CD금리가 증권사 말단직원 10명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제기됐다는 점에서, 이번 CD금리 담합 논란은 예견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오전, 오후 한 번씩 10개 증권사로부터 적정 CD금리를 통보받고 최고, 최저 금리 2개를 제외한 8개를 평균해 고시금리를 결정한다.

10개 증권사는 원래 CD거래가 많은 순으로 결정돼 왔지만, 실익은 없고 잡음만 생긴다며 안 하겠다는 곳이 많아지다보니 20위권 증권사까지 내려온 상태다.

A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사를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고시기관 업무를 부탁해 회원사라는 책임감에 어쩔수 없이 참여해 왔다"며 "실익도 프리미엄도 없는 업무를 누가 하고 싶어 하겠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CD금리의 특성상 움직임이 적고 상하단 금리가 제외되다보니 우리가 제출한 금리가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정작 많이 거래됐거나 특이한 거래 상황이 반영되지 않아 시장 현실감이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CD금리 결정에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증권사의 CD금리 입력 담당자를 정은 부서장급, 부는 과장급으로 정해 놓았지만, 실제로는 CD거래 경험이 거의 없는 최하위 직원이 입력하고 있다.

금투협조차도 CD금리 고시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 직원은 사원급 1명 뿐이다.

CD 입력 담당 직원들은 다른 채권 금리를 비교해 적당한 수준에서 결정하거나, 다른 증권사 고시 금리를 참고하고 있다. 거래가 없으면 전일 종가를 형식적으로 넣는 일도 많다.

B증권사 관계자는 "CD가 가끔 발행되지만 유통량이 거의 없어 3개월물 은행채나 국고채 통안채 등의 등락을 보고 CD금리를 입력하기도 한다"며 "다른 금리가 올라가는 추세인 것 같으면 0.01%포인트 높여 적고 아니면 그냥 두는 식으로 CD금리를 입력하는 일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주먹구구식이 가능한 것은 CD발행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거래가 없으니 추정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항변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08년 224조원에 달했던 CD 거래대금은 2009년 150조원, 2010년 75조원, 2011년 53조원대로 줄었다. 올해는 현재까지 14조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시중 은행 5곳은 올해 들어 발행이 전무해 올해 30조원이 안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CD금리 고시를 담당하는 박종수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자체를 없앴으면 하는 심정"이라며 "시장에서 제 기능을 못하는 CD금리를 대체할 대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유통시장 자체에 유동성이 없기 때문에 시장 왜곡이 심해 CD금리는 이미 기준금리로서의 의미를 상실했다"며 "장기적으로 시장과 업계를 위해 시작한 일인데 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을 진행할 이유가 없어 솔직히 금투협이 금리 고시를 안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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