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다정 기자 =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지난주(1~7일) 신흥국 시장의 자본 이탈이 가속화된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신흥국 증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 미국 주식으로 집중된 가운데, 이달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채권형 펀드에서도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갔다.

12일 시장조사기관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가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글로벌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의 자금 유출입 내역을 분석한 결과, 신흥국의 주식형 펀드에서 총 18억1천6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이 가운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에서 13억3천200만달러가 유출되며 자금 이탈 강도가 가장 셌고, 이머징 전반에 투자하는 GEM 펀드서 8억6천4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반면, EMEA(Europe, Middle East, Africa)로 2억6천200만달러, 중남미 지역으로 1억1천900만달러가 들어왔다.

신흥국의 채권형 펀드에선 자금 유출이 더 가속화되며 총 23억1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서비룡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이달 FOMC 회의에서 미국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신흥국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악화됐다"고 말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5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신흥국의 채권형 펀드 자금 유출 규모가 주식형 펀드 유출 규모를 상회한 것은 향후 자금 이탈 압력이 심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이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당시에도 신흥국의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확대될 때, 채권형 펀드는 큰 폭의 유출 없이 변동성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그동안 신흥국 자금흐름을 지지했던 채권형 펀드의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면 그 여파는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며 "신흥국 투자에 좀 더 신중해야 할 시기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국금센터에 따르면 소시에테 제네랄(SG)은 신흥국의 자본유출이 내년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고, 외국인 보유비중과 국제수지, 외환보유액 등을 감안하면 터키,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통화가 자본유출에 취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선진국은 주식형과 채권형 펀드 모두 자금 유입세를 나타냈다. 선진국 가운데 미국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은 지속되는 모습이다.

선진국의 주식형 펀드에선 북미 지역으로 11억8천400만달러,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9억1천300만달러, 글로벌(Global·선진국 전역에 투자)로 1억5천700만달러가 들어왔다. 서유럽 지역에선 10억1천1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북미와 선진 아시아 펀드를 중심으로 선진국의 주식형 펀드는 5주 연속 순유입세를 기록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향후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감세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미국 주식으로 매수세가 집중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선진국의 채권형 펀드에선 북미 지역으로 34억5천300만달러가 들어오며 다른 지역의 유출 규모를 압도했다. 서유럽 지역에선 12억600만달러, 글로벌에서 10억달러,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1억4천4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d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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