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날은 한진해운에 관련된 사람들에게도 의미가 있었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지 꼭 100일 째이나 하나도 해결된 게 없어서다. 정부가 한진해운을 처리하는 행태는허둥지둥하다 생때같은 학생들을 수장시킨 세월호 당시와 닮아도 너무 닮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조선업 구조조정도 마찬가지다. 해양플랜트 인도지연 사태가 잇따르고 있지만 정확한 현황조차 정부 공식 집계로 나오지 않고 있다. 해양플랜트 부실의 실체적 진실을 은폐하는 듯한 정부의 모호한 태도도 세월호 당시의 모습과 닮은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조원 지원 못해한진해운 날리고6.5조원 들인다는 정부

한진해운은 법정관리행으로 알토란 같은 해외 화물터미널을 헐값에 넘기는 등 공중분해될 처지다. 한진해운 공중분해는 무능한 경제부처 공무원과 채권단의 합작품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정부는 세계 7위의 한진해운을 주저앉히면서도 후속대책을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국내 2위 세계 17위 선사인 현대상선이 인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현대상선은 해운동맹에도 조건부 가입하는데 그쳤다. 반면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전에 자율협약 개시 조건 중 하나인 해운동맹 가입을 완료한 상태였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펴낸 보고서에 현대상선보다한진해운을 살려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도 이 때문이다.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한진해운의 환적화물 등이 줄어들면서 경기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미주노선 점유율 7.62% 수준이었던 한진해운 물량은 고스란히 해외 선사에 넘어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말 해운업에 6조5천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확충할 것이라고 했다. 최대 1조원을 들이면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던 한진해운을 공중분해하고 6조원 이상을 들여 새로운 선박회사를 설립한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경제논리만 따진다면 나올 수 없는 정책 방향이다.

퇴임한 어느 경제관료는 단순한 산수 수준의 정책결정인데도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 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혀를 찼다.

◇해양플랜트 인도 지연 이제부터 시작

대규모 부실을 안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또 해양플랜트 인도지연 소식을 전했다. 소난골 드릴십 인도 지연에 이어 미주지역 시추업체인 앳우드 오셔닉(Atwood Oceanic)이 최근 드릴십 2척에 대한 인도 연기를 요청한 것이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이 가진 해양플랜트 가운데 앞으로도 얼마나 인도지연 물량이 나올지 현황파악도 못하고 있다.

저유가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서 수주한 해양플랜트는 우리 경제에 또 다른 뇌관으로 작동할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조선3사의 해양플랜트 수주잔액은 650억달러(약 74조원)에 달했다. 삼성중공업이 240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현대중공업(210억달러)과 대우조선해양(200억달러) 순이었다.

해양플랜트는 해양 생산설비와 시출설비로 나뉜다. 생산설비는 BP, 토탈 등 오일메이저가 발주한다. 기성에 따라 건조대금을 수취하는 마일스톤 방식이 사용된다. 인도가 지연될 수 있으나 취소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시추설비는 트랜스오션, 시드릴 등 해양시추설비 업체들이 발주한다. 주로 헤비테일 방식으로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에 수주 조선사의 자금부담이 크다. 헤비테일은 선수금을 적게 받고 잔금 대부분(70~80%)을 선박 인도 시점에 받는다.

정부는 조선 3사의 해양플랜트 수주 잔고가 얼마인지 ,그 가운데 마일스톤 방식과 헤비테일 방식의 물량은 각각 얼마인지, 인도 지연이 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얼마나 되는 지 등 현황이라도 발표해야 한다,

저유가가 장기화되면 발주처가 인도 시점을 뒤로 미루거나 취소할 가능성이 커진다. 해양플랜트는 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 수준으로 유지돼야 수지 타산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유가는 3년이상 배럴당 40~50달러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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