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사회 전에는 삼성물산 주식을 매도하고, 이후에는 다시 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4년말부터 합병 가능성이 시장에서 회자되자 합병 전 삼성물산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사회 이후에는 합병 무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삼성물산을 다시 사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 국민연금, 삼성물산 주식 합병 전 왜 팔았나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014년 말 삼성물산 주식 중 13.15%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해 3월26일에는 11.43%, 이사회 결의 전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해 5월22일에는 9.54%로 보유량을 점차적으로 줄였다.

이 기간 동안 삼성물산의 주가는 지난 2014년 12월30일 6만1천500원에서 지난해 5월22일 5만5천300원으로 10.08% 하락했다. 반면 현대건설과 GS건설의 주가는 건설업황 회복에 같은 기간 14%, 28% 상승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10일 삼성물산 합병 투자위원회에서 삼성물산의 저평가를 인지하고 매매했는지 여부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었다.

이 자리에서 홍완선 당시 기금운용본부장(CIO)이 삼성물산 지분이 줄어든 것이 어떤 배경이었는지 묻자 채준규 국민연금 리서치팀장은 지난 2014년 4분기부터 시장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이야기가 제기됐었다고 설명했다.

채 팀장은 삼성물산은 대주주 지분이 낮으며 제일모직은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데, 이는 SK와 SK C&C의 관계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30%가 넘게 SK C&C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를 통해 SK와 나머지 계열사를 지배했었다. 당시 SK C&C 주가 상승폭은 SK보다 상대적으로 더 컸다.결국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가능성을 예측하고 삼성물산 주가 하락에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채 팀장은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액티브 투자가 높은편이어서 줄였으며, 지난해 5월26일 전후로 급격한 지분 변동이 없었고 사전에 삼성물산 합병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합병이 이뤄질 것이라는 정도의 예측은 했지만, 사전정보를 이용한 트레이딩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이다.

반면 홍완선 전 CIO는 지난 6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워낙 많은 운용사들이 삼성물산을 거래하고 있어 삼성물산 주식 거래에 관여하기 힘들다는 말을 했고, 강면욱 CIO는 지난 11월30일 국정조사에서 업황이나 삼성물산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해 매도했다고 말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매도에 대해 내부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 국민연금, 삼성물산 주식 합병 후 재매수한 이유는

합병이 이사회에서 통과된 이후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주식을 재매수했다. 지난해 5월22일 이사회 결의 전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보유 지분은 9.54%였으나, 이후 지난해 6월15일에는 11.61%까지 늘어났다.

국민연금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합병 부결 시 지분경쟁으로 인해 삼성물산의 일시적 가격급등이 예상돼 삼성물산을 매수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국민연금은 투자위원회에서 삼성물산 합병 찬성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5월 삼성물산 주식매수청구 가격 결정 판결에서 국민연금이 정당한 투자 판단에 근거해 삼성물산 주식을 매도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분명하게 납득하기 어려운 이사회 결의일 이후의 삼성물산 매수 등 투자 행태 등에 비추어 볼 때 국민연금의 주식 매도가 정당한 투자 판단에 근거할 것이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야당에서는 국민연금이 외부 압력으로 인해 석연치 않은 의사결정을 내리고, 이를 통해 국민연금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왔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홍순탁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회계사)은 "국민연금의 합병비율이 불리함에도 합병에 찬성하고, 합병 전후 삼성물산 주식에 대해 납득하기 힘든 투자를 한 점이 의심스럽다"고 설명했다.

kp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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