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코스닥과 중소형주 몰락 주범으로 지목된 국민연금의 벤치마크(BM) 복제가 사실상 세상에 나와 보지도 못한 채 사라졌다.

국민연금은 주식 포트폴리오 정상화를 위해 BM을 대체할 평가 지표를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두고 명확한 해석을 내놓지 않아 업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5월부터 내·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평가 체계 구축을 위한 논의를 지속했다. 9개월 여간의 조사 결과, 내년 1월부터 장기평가 체제와 함께 포트폴리오 일관성, 종목 리스크 집중도 등 질적 평가 지표 도입을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쏠림현상 개선을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됐던 벤치마크 복제율 지표는 위탁운용 주식 포트폴리오 정상화에 따라 2017년 1월부터 포트폴리오의 일관성, 종목 리스크 집중도 등의 질적 평가 지표로 확대·개편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한시적으로 도입했다던 BM 복제율은 사실상 시작조차 되지 못한 지표다. 국민연금은 지난 6월 구두로 BM 복제율 도입을 자산운용사들에 전달했고, 준비기간으로 6개월을 줬다.

공식 시행은 내년 1월이었지만, 시행도 전에 시장에 미친 영향은 컸다. 삼성전자 쏠림과 코스닥, 중소형주 폭락이라는 시장 결과로 이어졌고, 이 화살이 국민연금으로 향하자 결국 없던 일이 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국민연금이 발표한 장기 평가 등의 의도는 좋다"며 "그러나 사실 BM 복제율 도입은 시행일자가 내년 1월1일이었던 만큼 그동안 BM을 열심히 복제했던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갑자기 없던 일이 돼버리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BM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고 이를 대체할 것들이 생겼는데 또 이를 완전히 이해하고 맞추는 게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위탁운용사 선정 신규 평가 지표로 스타일 전략, 분산 효과, 최대 손실 가능성, 포트폴리오 일관성, 종목 리스크 집중도를 제시했다. 스타일별 특성에 맞게 운영하느냐를 주로 보겠다는 취지인데, 자산운용사들은 정성적인 평가가 다분한 만큼 이를 해석하느라 여념이 없다.

신규 평가 지표 가운데 펀드매니저의 일관된 투자전략 유지 여부, 벤치마크 대비 포트폴리오 위험 분산도, 펀드 과거 누적 최대 손실 측정 지표 등은 이해가 되지만, 벤치마크 대비 펀드의 초과수익률 변동성, 개별 종목 BET 집중도를 나타내는 지표 등이 무엇인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사실상 BM을 대체하는 게 표준편차와 집중도 아니겠느냐는 게 자산운용사들의 해석인데, 국민연금은 발표 자료 이상의 추가 내용 공개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은 벤치마크 대비 펀드의 초과수익률에 대한 변동성(ex-ante)을 나타내는 지표로는 Multi Factor Model로 추정한 Active Risk(ex-ante)의 표준편차를 이용키로 했다. 펀드의 트래킹 에러와 같은 개념으로, 벤치마크에서 많이 벗어나면 스타일에 맞게 잘 운영하지 못한다는 지표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개별 종목에 대한 BET 집중도를 나타내는 지표로는 허핀달-허쉬만지수(Herfindahl-Hirschman index) 활용키로 했다. 허핀달-허쉬만지수는 기업을 매출액이나 자산규모 순으로 배열하고 시장점유율을 각각의 %로 계산한 후 이들 점유율의 제곱을 모두 합산해 측정하는 통상 독과점 시장 여부의 판단 기준으로 이용되지만, 특정 종목 쏠림을 이 지표를 통해 어떻게 판단하겠다는 것인지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발표 이후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모두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라며 "이번주께 국민연금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가 돼야 신규 평가 지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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