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정선미 특파원 = 유로존이 올여름 지난해의 악몽을 재현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유럽중앙은행(ECB)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23일(유럽시간) 스페인의 10년물 국채금리가 연 7.5%까지 오르며 유로존 출범 이후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이날 주식 공매도 금지안을 발표했다.

또 스페인 정부 관계자들은 자국을 구제해줄 외부의 백기사를 요청하는 듯한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 21일 주제 마누엘 가르시아-카갈로 스페인 외무장관은 ECB만이 행동할 능력이 있다면서 ECB의 적극적 조처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실제로 ECB 만이 유로존을 구제할 능력을 갖고 있지만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과연 어떤 행동에 나설지 실제로 적극적인 행보를 띨지는 의문이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재원은 1천480억유로밖에 남지 않았다고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추정했다.

또 EFSF 후속으로 나오는 유로안정화기구(ESM)에 대해 독일 헌법재판소는 위헌소송 결정을 오는 9월에나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에도 유로존 금융시장은 공황에 빠졌었다.

이때 ECB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를 처음으로 사들였으며 두 번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시장에 제공했다.

다만, 이 프로그램은 정부와 은행 간의 연결고리를 더 촘촘하게 만드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이 때문에 3차 LTRO의 가능성이 있지만, 그 효과는 이전보다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ECB가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재개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미 2천115억유로 규모의 유로존 국채를 보유한 ECB는 이를 꺼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ECB가 명시적으로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의 국채금리의 상단을 밝히는 등 훨씬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CB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조치는 금리를 더 인하하는 것이다.

이달 초 ECB가 예금금리를 0%로 인하함에 따라 독일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투자할 때 더 많은 위험을 감당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이 조치로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에 대한 투자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번 주 로몽드와의 회견에서 ECB는 어떤 금기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개별 국가의 금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만약 시장 상황이 더 악화하면 드라기 총재도 가만히 앉아 있지만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작년보다 정치상황이 더 복잡하고 구제금융에 대한 독일 시민들의 반감은 더 켜졌다.

시장은 ECB의 한계를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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