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일시적 통제는 가능해도 영원히 제어할 수는 없다."

주가(Equity), 금리(Fixed income), 환율(Foreign exchange), 원자재(Commodity) 등의 가격(Price) 변수를 오랫동안 취재하면서 내린 나름의 결론이다.

부동산(Property) 가격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일시적인 오버슈팅(Overshooting)이 생기더라도 결국은 기본적인 펀드멘틀에 수렴해 나간다. 수급과 이를 둘러싼 거시경제 환경을 거스르는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 개입은 오래 버티기가 어렵다. 과거 부동산가격을 통제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 사례가 성공한 사례가 드문 점이 이를 증명해준다.

하지만 정부가 아무 대책도 없이 넋 놓고 지켜만 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아파트가격 '대세 하락기'에 지난주 대통령 주재로 열린 내수활성화 방안 회의에서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일부 완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총부채상환비율 규제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실수요자의 특성에 맞춰 일부 보완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원래 총부채상환비율은 부채 상환 능력을 소득으로 따져 대출 상환액을 일정선 아래로 제한하는 것이다. 담보로 제공되는 집값이 비싸도 대출받는 사람의 소득이 높지 않다면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없게 하고 있다. 현재 서울은 50%, 인천과 경기 지역은 60%로 제한하고 있다. 기본 틀을 유지하고 소득의 범위를 넓혀주는 방식이 되면 소득이 낮아도 자산이 있는 사람들은 빚을 더 낼 수 있게 된다.

이번 대책은 정부의 속내가 아직은 '2세들을 위해 수도권 아파트값은 서서히 좀 더 떨어져야 한다'는 쪽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고 있다. 집값 부양의 의지가 아직은 그다지 절박하게 보이지 않는 점에서 그렇다.

DTI 부분 완화 움직임은 주택을 사도록 숨 쉴 구멍을 좀 더 열어주자는 차원인데, 젊은 층의 실수요자를 제외하고 자산가들과 노년층만 대상으로 한다면 효과는 미지수다. 지금처럼 '하우스 푸어'가 양산되는 경기 상황에서 눈 밝은 자산가들과 노년층이 빚을 더 낼 수 있게 길을 터준다 한들 이들만으로 주택매매가 활성화될 리는 만무하다.

경제가 잘 돌아가 국민 호주머니에 돈이 많아져야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데 이에 대한 희망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머물 것이라는 점을 정부도 잘 아는 듯하다.

정부는 미동도 하지 않을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선심 카드를 통해, '아무 대책도 내놓치 않는다'는 비판을 피하는 동시에 '현재의 부동산 가격이 좀 더 서서히 내려가도 좋다'는 목적을 달성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대세 하락이 정부의 엉거주춤한 대응을 허용할 만큼 여유 있는 것 같지 않다.

한국은 가계 자산의 80%가 부동산이다. 이런 경향은 중산층이 뚜렷하다. 대세하락이 주택시장의 붕괴로 치달으면 곧 중산층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한번 부풀었다가 꺼지는 거품의 후유증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 카드인 DTI 완화를 만지작거릴 정도로 역설적으로 아파트시장의 침체가 심각한 국면에 와 있는 만큼 예의주시해야할 상황에 온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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