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태동기였던 1979년에 '최초의 여성 외환딜러'로 출발한 김상경 한국국제금융연수원장이 33년간 외환시장에서 겪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초보자도, 베테랑도 자신 있게 속단할 수 없는 외환시장, 그만큼 도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매주 목요일 김상경의 외환이야기를 통해 외환딜러들의 삶과 알토란 같은 외환지식을 만나면서 '아는 사람만 알던' FX시장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⑤ 트레이딩 한도 지키기

좋은 일보다 안 좋은 일이 더욱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게 세상사의 순리인가. 우리에게 딜러라는 직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항간에 알린 건 우리를 경악하게 했던 영국 베어링 은행의 파산 사건이다. 스물여덟의 일개 딜러가 은행 전체를 파산으로 몰고 온 그 사건이다.

어떻게 일개 딜러가 은행 전체를 파산으로 몰고 갈 수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딜러들은 반드시 자기가 속한 은행으로부터 거래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는다. 이 권한을 트레이딩 한도라고 한다. 딜러들은 거래할 수 있는 대상물(통화), 거래금액 한도, 손실한도, 누적손실한도 등의 권한을 조직으로부터 부여받는다.

딜러가 유일하게 돈을 벌 방법은 시장에서 리스크를 짊어지고 사고파는 일을 반복적으로 하는 일이다. 유능한 딜러일수록 1회 거래할 수 있는 한도, 허용되는 손실 액수도 크다. 하지만, 이 한도액을 넘으면 자동적으로 딜러의 주문과 반대되는 행동에 들어갈 수 있도록 컴퓨터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 보통이다.

또 딜러가 주어진 한도 내에서 손실한도를 넘지 않고 거래했더라도 그달에 누적된 손실이 누적손실 한도를 넘게 되면 그 딜러는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어 다음 달에나 트레이딩을 재기할 수 있다.

딜링룸의 모든 전화는 녹음되고 거래 또한 기록으로 남는다. 이처럼 이중 감독 체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일개 딜러가 일주일 넘게 손실액수를 속인다는 것은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딜러들 개개인은 모두가 최고의 전문가라는 자부심이 강해 이러한 원칙들을 정해놓지 않으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아주 크다.



⑥ 외환딜러는 석ㆍ박사 학위 필요 없다

지난해 나는 모교에서 외환딜러가 되고 싶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적이 있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늘면서 학생들 사이에도 외환딜러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아졌다.

영국, 싱가포르, 홍콩의 외환시장에서 활약하는 딜러들을 보면 최종학력이 주로 고졸출신인 사람이 많다. 이들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해서 선배 딜러들 밑에서 혹독한 훈련을 거쳐 성장하는 딜러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은 외국에서 석사학위나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들을 외환딜러로 선호한다. 오히려 영국, 싱가포르, 홍콩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한 학사나 석사들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는 머릿속에 경제이론이 깊이 박혀 있으면 오히려 트레이딩을 하는 데 있어서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외환시세는 수요와 공급의 경제이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예측 불가능, 해석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외환시장은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들만이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는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다.

시장은 몇몇 똑똑한 경제학자에 의해서 움직여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아무리 논리적으로 판단하며 거래를 한다 해도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참여하여 반대방향으로 거래한다면 나는 시장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

학력과 전공이 그럴듯하지 않아도 다수의 시장 참여자들이 어떻게 거래하는지를 잘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면 성공한 딜러로 살아남을 수 있다. 시장을 거스르지 않고 항상 시장에 순응해서 거래하는 딜러들이라면 살아남을 수 있다. 외환딜러는 석ㆍ박사 학위 필요 없다.



⑦ 외환딜러의 보상체계

딜러들이 거래한 모든 거래는 손해와 이익으로 결과가 나타난다. 모든 딜러는 한 사람 한 사람 마치 개인 사업을 운영하는 것처럼 독립체제로 실적을 계산한다.

딜러의 실적 계산은 항상 거래된 날짜로 계산된다. 즉, 실제로 자금을 주고받는 날 (value date)이 아니라 거래된 날짜 (transaction date)로 계산된다.

예를 들면 고객과 1년짜리 선물환 계약을 했다면 자금을 주고받는 날짜 (value date)는 1년 후이지만 딜러의 실적계산은 거래 당일로 잡힌다.

딜러의 실적 계산은 통상적으로 조직과 딜러와 같이 나누는 체계이다. 각종 전기세, 통신비용(로이터, 블룸버그 및 인포맥스 등), 사무실 임대료, 사무용품비, 일반 관리비, 딜러들의 후속 부서의 인건비 및 비용까지도 합산하여 딜러들이 번 이익에서 뺀 나머지 금액을 딜러의 실적으로 간주한다.

예를 들면 금융기관과 딜러가 7대3으로 나누기로 계약한 딜러의 실적이 그해 100만 달러의 실적을 올렸다면 30만 달러는 딜러의 몫이 되고 나머지 70만 달러는 소속된 조직의 몫이 된다.

그러나 딜러가 연간 목표액보다 더 많은 실적을 올렸다면 목표액의 초과 이익분에 대해 일정 비율의 상여금이나 혹은 이익배당의 형태로 나누는 게 통상적이다.

연봉 10만달러의 딜러가 연 이익 목표액을 100만 달러로 결정했는데 그해 150만 달러의 실적을 올렸다면 애초에 계약한 10만달러와 50만달러 초과분의 20퍼센트인 10만 달러를 추가배당으로 계산되면서 그해 딜러의 연봉은 20만 달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금융기관마다 이익 배당률은 다를 수 있다. 한 은행 안에서도 직급에 따라 직책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딜러의 실적은 이익금에 따라 연봉과 보너스의 형태로 지급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딜러의 보상체계는 외환을 개인적으로 투자하는 마진 딜러들에게는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⑧ 은행의 딜링룸

딜러들이 모여 있는 딜링룸은 다른 일반사무실과는 다르게 설계돼 있다. 순간적으로 큰 금액의 거래를 할 때는 여러 건수의 거래를 한꺼번에 거래해야 할 때도 잦으므로 딜러들이 같이 모여서 거래하는 것이 편리하도록 설계돼 있다.

거래 상대방과의 가장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반드시 각종 최신 통신장비와 시설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딜링룸은 항시 갑작스러운 시장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긴장상태가 연속되는 경우가 많다.

시장 상황에 따라 고성을 지를 때도 잦고, 또 짧은 시간 내에 집중적으로 일 처리를 끝내야 하는 특성이 있으므로 일반 사무실과는 격리시켜 놓고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딜링룸의 구성은 외환팀과 자금팀으로 나눈다. 그 외에도 필요에 따라서 마케팅팀, 통화 옵션팀, 스왑팀, 자본시장팀, 채권팀 등 금융기관의 특성에 맞게 설계되어 있다. 각 팀에는 그 팀을 책임지는 책임자가 있고, 또 팀마다 필요한 수의 딜러를 확보하고 있다.

외환팀은 다시 통화별로 나뉘어 유로-달러, 달러-엔, 혹은 그 외의 기타통화를 거래하는 딜러들이 있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딜링룸은 서로 딜러들이 마주 보고 앉은 형태를 취한다.

딜러의 앞에는 컴퓨터 모니터와 블룸버그, 로이터, 연합인포맥스 등의 각종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다.

딜링룸을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제한되어야 한다. 딜링룸 안에 있는 각종 통신 기계를 통하여 딜러들은 소속 금융기관의 명의로 거래를 하기 때문에 거래하는 모든 거래가 그 조직의 손익과 직결돼 있다. 그러므로 딜링룸 안의 각종 통신기계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딜러들 외에는 허용될 수가 없다.

딜링룸에서는 통신장비를 통해 상대방과 직접 연결될 수 있어서 연결된 당사자의 신원이 즉시 확인된다.

예를 들면 'A'은행 딜링룸 안에 있는 로이터 딜링 장비는 상대은행에게 접속이 되는 즉시 화면에서 'A'은행의 인식부호가 나타난다. 상대방은 'A'은행이 연결되었다는 것을 따로 물어보지 않아도 화면상에서 자동적으로 확인된다.

만일 인가된 딜러가 아닌 다른 사람이 'A'은행의 딜링룸에 들어와서 'B'은행과의 거래를 했다해도 'B'은행은 당연히 'A'은행의 딜러가 거래한 것으로 간주해 거래를 성립시킨다.

이런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인가된 딜러 외에는 딜링룸에 출입시키지 않는다. 각종 직통 전화가 설치돼 있는 경우라면 더욱 리스크가 크다.

딜링룸에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은 딜러 이외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이다.따라서 후속 부서 직원 중 꼭 필요한 일부 직원에게만 허용되고, 최고 경영자 층의 관련 임원 일부만 허용된다. 각 팀 간의 상호 업무연계와 협조를 위해서는 딜러들의 책상배열이나 좌석배치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딜링룸 내부의 분위기는 경우에 따라 상당히 날카로워질 수 있다. 딜러들은 항상 시장상황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순간순간 내려야 하는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손실과 이익의 희비 교차가 엇갈려서 예민하고 신경질적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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