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다정 기자 =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달러 강세 지속으로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달러 강세에 따른 신흥국 통화 약세 현상이 이어지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에 대중(對中) 강경론자인 피터 나바로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내정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이에 따라 신흥국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시장조사기관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가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글로벌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의 자금 유출입 내역을 분석한 결과, 신흥국의 주식·채권형 펀드서 총 50억7천3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신흥국의 주식형 펀드에선 총 37억800만달러가 빠져나가며 최근 5주 만에 최대 자금이 이탈했다.

지역별로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에서 23억6천500만달러로 자금 이탈 강도가 가장 셌고, 이머징 전반에 투자하는 GEM 펀드서 14억9천만달러, 중남미 지역에서 3천6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반면, EMEA(Europe, Middle East, Africa)로는 1억8천300만달러가 들어왔다.

김수명 삼성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에 따른 신흥국의 통화 약세와 안전선호 심리가 강화되며 신흥국 주식형 펀드서 자금 이탈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내년 신흥국 시장의 투자심리에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무역정책 변화 가능성에 투자자들은 트럼프 당선 이후 신흥국에서 빠르게 발을 빼는 모습이다.

신흥국의 채권형 펀드에선 GEM 펀드서 12억4천800만달러,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에서 2억9천500만달러, 중남미 지역에서 4천600만달러가 이탈했다. EMEA로는 2억2천300만달러가 유입됐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신흥국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 고립주의 부각으로 자본 유출 지속과 성장세를 제약할 것"이라며 "중국의 금융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불안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선진국도 연말 장세에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며 소폭 자금 유출을 보였다.

선진국의 주식형 펀드에선 글로벌(Global·선진국 전역에 투자)로 13억9천700만달러, 서유럽 지역으로 3억7천200만달러가 유입됐다. 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9억8천800만달러, 북미 지역에서 8억3천500만달러가 빠져나가며 전체적으로는 총 5천500만달러의 유출세를 나타냈다.

김 연구원은 "11월 중순 이후 대규모 자금 유입을 보였던 북미 지역이 순유출로 돌아섰다"며 "연말 장세에 관망 분위기가 확산되며 자금 유입이 둔화된 모습"이라고 전했다.

선진국의 채권형 펀드에선 북미 지역에서 34억6천500만달러, 서유럽 지역에서 8천400만달러,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3천5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글로벌로는 15억2천400만달러가 들어왔다.

d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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