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과거 대표적 비용 부서로 인식되던 증권사, 자산운용사 법인영업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최근에는 증권, 자산운용사의 핵심으로 떠올라 승진코스를 밟기 위해서는 법인 영업을 거쳐야 한다는 시각이 퍼지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관 영업에서 두각을 드러낸 인사들이 대거 대표로 선임됐다.

조재민 KB자산운용 대표, 송상엽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 윤 석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조 대표는 KB금융지주 계열사 역사상 첫 경쟁사를 거친 대표가 됐다.

조 대표는 2009~2013년 KB자산운용 대표로, 가치투자와 인프라 펀드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 입지가 미미하던 KB자산운용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조 대표는 KTB자산운용으로 옮겼는데 다시 KB자산운용 대표로 왔다.

경쟁사로 갔던 그를 KB금융그룹이 다시 부른 건 탄탄한 법인 영업 기반 때문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외환딜러와 채권매니저로 이력이 좋은 데다, 마이다스자산운용 창립 멤버로 합류해 연기금 등 기관 영업에서 활약한 게 다시 KB자산운용의 대표가 된 배경으로 꼽힌다.

또 작년 말 파격 인사 중의 하나로 꼽히는 송상엽 한국투자밸류운용 신임 대표 역시 기관 영업과 마케팅에 강점을 가진 인사로 분류된다. 송 대표는 10여년 간 한국투자증권 법인영업을 총괄했으며 2015년부터 이비지니스 본부장을 맡았다. 이채원 부사장이 운용을, 송 대표가 관리와 마케팅을 전담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자산운용이 운용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2개사로 분리, 설립한 삼성액티브자산운용사의 윤 석 대표 역시 출발은 리서치였지만, 법인 영업에서 두각을 나타내 대표까지 올라섰다. 윤 대표는 2011년 크레디트스위스에서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이동했지만, 이후 법인영업에 주력했고 결국 자산운용 대표가 됐다.

이 외에도 하나금융투자는 경쟁사에서 강민선 신한금융투자 법인영업본부장을 신임 홀세일본부장으로 영입해 화제가 됐다. NH농협손해보험은 법인영업 강화를 위해 신임 상품영업촐괄 부사장으로 신일승씨를 영입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도 연기금 마케팅 담당이 임원으로 승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증권사를 먹여 살리던 개인영업이 위축되면서 기관 영업으로 축이 이동했다"며 "조단위의 자금을 움직이는 연기금을 잡는 게 성공의 열쇠가 됐다"고 말했다.

이미 여의도에서는 리서치, 기획에서 법인으로 이동이 엘리트 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장수 리서치센터장이던 이준재 리서치센터장이 법인영업본부장으로 이동했다. 대신증권은 법인영업에서 강점을 보이던 김재중 상무를 리서치 & 스트래티지 본부장으로 임명해 영업과 시너지를 낼 리서치의 색깔 변화를 예고했다. 앞서 미래에셋대우, SK증권 등에서 기획, 리서치 법인영업으로 이동이 있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펀드 시장이 죽고 기관 등이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공모펀드를 역전하면서 기관을 담당하는 법인영업이 영업의 꽃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몇 년 전부터 계속된 이런 흐름이 성과와 맞물려 대표 배출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50조원 규모인 국민연금만 해도 2020년께 약 1천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연기금 자산은 매년 커지고 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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