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국민연금의 벤치마크지수 복제율 가이드라인 철회에도 연기금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만 사고 있다.

삼성전자의 사상 최고가 행진 속에 중소형주의 훼손된 투자 심리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달 14일부터 전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단 하루를 제외하고 연속 순매수를 보였다. 이 기간 순매수 규모는 7천235억원에 달한다.

반면 연기금은 코스닥시장에서는 나흘 연속 순매도를 보였다. 작년 12월 국민연금의 벤치마크지수 복제율 폐지 이후 반짝 중소형주 매수세가 있었지만, 연초 이후 다시 순매도로 돌아섰다.

연기금은 7천235억원 가운대 1천238억원을 삼성전자 순매수에 썼다. 연기금의 매수 1위 종목은 단연 삼성전자다. 2위인 맥쿼리인프라 순매수 규모의 2배를 넘는다.

연기금을 제외한 은행, 보험 등 다른 기관투자자들이 삼성전자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영향으로 삼성전자는 183만1천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다시 경신했다. 특히 지난해 들어 9월까지 삼성전자 주식 일부를 이익실현했던 국민연금이 10월부터 다시 매수세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연기금들의 성장주식형, 순수주식형, 장기주식형, 가치주식형 펀드 모두 삼성전자에 몰리면서 삼성전자가 연기금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해졌다.

국민연금의 경우 작년 3분기 말 기준 546조원의 자산 가운데 18.4%(100조1천억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2015년 말 삼성전자 투자 비중이 17.6%였는데, 작년 삼성전자 비중을 늘린 것을 감안하면 20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삼성전자 한 종목에 투자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연기금 역시 삼성전자가 주식 포트폴리오에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아 연기금들은 주식 포트폴리오 방향성을 예측할 때 삼성전자를 본다.

연기금 주식운용 관계자는 "금리인상기에는 대형주가 유리한데, 현재는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 투자가 트렌드에 맞다"며 "수익률 측면이나 실적 전망, 배당 측면에서 삼성전자 외에 대안이 없어서 삼성전자로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뉘면 실적이 지지부진한 다른 계열사가 분리돼 나간다는 기대 때문에 상승하는 추세인 건 맞지만, 이제는 너무 비싸져서 떨어지면 사겠다는 게 연기금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라며 "올해 역시 연기금 수익률 경쟁이 삼성전자에서 결정이 날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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