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기업들이 보유한 과도한 달러 부채가 당국의 환율 개입을 부추기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위안화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달러 가치가 급등하면 달러 부채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 3개월간 위안화는 4%가량 하락했으며 16개 통화에 대한 미 달러화 가치는 14년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예상보다 가파른 위안화의 절하 추세는 기업들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중국 기업들의 대규모 달러 부채가 당국이 환율 안정을 위해 개입에 나서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기업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로 위안화로 돈을 벌어 보유한 달러 부채를 갚아야 한다. 하지만 위안화의 대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 이전과 같은 규모의 달러 빚을 갚으려면 더 많은 양의 위안화가 필요해진다.

따라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기업들의 수익은 쪼그라들고 기업들은 서둘러 달러 부채를 갚아나간다. 하지만 문제는 달러 부채의 조기 상환이 자본유출을 늘려 역으로 위안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해 악순환이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민은행은 중국 기업들의 외화 부채 내용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의 외화 부채의 절반 이상이 미 달러화 표시 부채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외화 차입은 2016년 3분기에 1조2천억 달러로 전 분기보다 477억 달러(4%)가 증가했다. 늘어난 증가분의 38%가량은 국유기업에 차입을 내주는 국유 은행들이 보유한 물량이다. 이외에도 부동산 개발업자, 항공사, 지방정부 등이 달러 부채를 크게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3대 항공사인 중국국제항공, 중국동방항공, 중국남방항공 등은 작년 한 해 대외 차입을 줄여왔음에도 여전히 수십억 달러 규모의 달러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성쑹청(盛松成) 인민은행 참사는 "중국 단기 대외 부채의 대부분은 기업 부문에 집중돼 있다"라며 "위안화의 일방적 절하 기대는 기업들이 만기도 되기 전에 부채를 갚기 위해 외화를 사도록 이끌어 절하 기대를 잠재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 참사는 위안화 절하와 자본유출 간 역의 상관관계가 있어 위안화 기대를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말했다.

위안화는 작년에 미 달러화에 대해 거의 7%가량 절하됐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수주 내 위안화가 심리적 지지선인 달러당 7.0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위안화가 가파른 절하세를 보이자 과거 달러가 약세일 때 보잉이나 에어버스 등으로부터 항공기를 구매해왔던 중국 항공사들은 달러 부채를 빠르게 축소하기 시작했다.

중국국제항공은 작년 상반기에 2억4천만 달러의 환 손실이 발생해 순이익이 4억9천800만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회사는 달러 부채의 비율을 2015년 말 73%에서 작년 6월 말 기준 59%로 대폭 축소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자본유출액은 더욱 증가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작년 11월 중국을 떠난 순자금만 692억 달러로 이는 6월 이후 월평균 유출액인 500억 달러를 웃돌았다.

인민은행 고문을 지낸 칭화대의 리다오쿠이(李稻葵) 교수는 현재 달러당 6.95위안 수준에서 위안화가 추가로 5% 이상 떨어지지 않도록 막는 것이 올해 인민은행에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며 중국 당국은 자본유출을 억제하기 위해 자본통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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