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우리은행 사외이사들은 외풍을 막고 안정적인 자율경영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시장에서 스스로 얻어야 하는 것으로, 과점주주 구조가 제대로 형성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6년간 정부의 간섭 아래 있던 우리은행이 과점주주 체제를 통해 민영화에 성공한 만큼, 정부가 보장한 자율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사외이사들이 워치 독(Watchdog, 감시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박상용 우리은행 사외이사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과점주주 구조가 잘 형성되면 외풍이 들어올 여지가 없다"며 "외풍을 막고 자율경영을 시장 사회로부터 (우리은행) 스스로 획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사외이사는 "외풍은 언제든지 불어닥칠 수 있지만, 그것은 우리은행 내부에서 혼란이 일어났을 때 생긴다"며 "주어졌다고 생각하지 말고, 획득했다고 생각하면 경영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사외이사들은 정부가 보장한 자율경영은 충분히 보장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노성태 이사회 의장은 "당국에서 최대한 자율경영을 보장한다는 말이 있었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차기 은행장 추천을 완전히 사외이사에게만 맡긴 것"이라며 "환경 면에서는 정부와 맞닥뜨릴 일이 없을 것으로 희망한다"고 내다봤다.

보험회사와 사모펀드(PEF) 등 금융회사가 과점주주로 참여한 데 애해 과점주주 간 사외이사들이 이해 상충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독립성을 강조하며 우려를 불식했다.

박 사외이사는 "과점주주 7곳 중 5곳이 사외이사를 추천했는데 그중 4곳은 일종의 전략적 투자자(SI) 성격이다 보니 과점주주 간 갈등이 있을 수 있다"고 수긍했다.

그는 "다만 과점주주가 추천한 이사진은 과점주주의 임직원이 아니고 독립적인 성격을 가진다"며 "과점주주가 바라는 것과 은행의 발전이 상충한다면 과점주주 뜻을 따르지 않고 사외이사들이 균형적인 판단을 통해 은행의 발전을 도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우리은행의 내부 갈등 가능성에 대해선 사외이사들이 감시자로서의 충분한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신상훈 사외이사는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통합한 지 16년이 지났지만, 양 은행 간 보이지 않는 갈등의 해결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며 "하지만 평가 시스템만 잘 작동하면 상업과 한 일을 굳이 따지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가 시스템이 잘 작동되면 인사를 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내부 갈등이 촉발할 문제가 없다"며 "우리 이사회가 이를 워치하는 것도 우리의 임무"라고 덧붙였다.

향후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잔여지분 21.4%에 대한 매각에 대해서는 올해 가을 이후가 적절한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 사외이사는 "예보도 원금 회수 욕구가 강해 조속한 지분 매각을 원하고 있다"며 "주가 수준만 뒷받침된다면 가을쯤 잔여지분을 처분하는 게 공적자금 회수나 우리은행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향후 잔여지분 매각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뜻도 밝혔다. 외국 정부와 관련된 국부펀드나 연기금이 주주로 참여하면 기존 과점주주들과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향후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에 대해서는 차기 행장이 선임되는 3월 이후부터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사외이사는 "새 행장과 봄부터 논의를 해서 올해 안에는 지주사 전환 여부에 관해 결정을 할 것"이라며 "논의 시점은 3월 이후가 될 거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한 톈즈핑(田志平) 사외이사는 차기 행장을 내부 출신 중 뽑는 데 대해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동우 사외이사는 "톈즈핑 이사가 중국의 4대 은행 중 민영화에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공상은행 역시 대대로 내부 출신 중 은행장을 선출했다고 언급하며 우리은행의 내부 출신 차기 행장을 지지했다"며 "우리은행이 갈 길이 공상 은행과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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