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민영화' 우리은행의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경쟁이 예상을 깨고 과열 양상으로 흐를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직인 이광구 행장과 이동건 영업지원그룹장 간 2강 구도 속에 8명의 전직 임원들도 대거 도전하면서 상호 비방에 대한 우려도 벌써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과거 상업ㆍ한일은행 출신 간 대결구도까지 맞물리면서 행장 선임 이후 만만치 않은 후유증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원자가 10명에 이를 정도로 많았던 데 대해 일각에서는 향후 우리은행이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것을 염두에 두고 차후 한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소위 '알박기' 지원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전일 마감한 공모에 총 11명의 전ㆍ현직 임원이 지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병재(68) 전 우리파이낸셜 사장은 경쟁 양상이 과열되면서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혀 최종 후보자는 10명이 됐다.

이광구(60) 우리은행장과 이동건(59) 영업지원그룹장이 현직으로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김병효(61) 전 우리PE 사장, 김승규(61)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김양진(61) 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오순명(62) 전 우리모기지 사장, 윤상구(62) 전 우리금융지주 전무, 이경희(61) 전 우리펀드서비스 사장, 이영태(60) 전 우리금융저축은행장, 조용흥(61) 전 우리아메리카은행장 등 전직이임추위의 숏리스트 후보군 선정을 두고 경쟁하게 됐다.

금융권에선 당초 5명 안팎의 전ㆍ현직 인사가 행장 공모에 지원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력 후보자로 거론되는 이들 중에서도 실제 지원자는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공모 결과 당초 예상의 두 배에 달하는 지원자가 몰리자 우리은행뿐만 아닌 은행권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다. '민영화 이후 초대 은행장'이라는 타이틀이 우리은행 역사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내부에선 은행장 경선 참여에 이름을 올리는 것 자체를 경력으로 생각한 것 아니냐는 자조적인 해석도 나오고 있다. 향후 지주사 체제로 전환된 이후 자리 베팅에 일찌감치 참여한 게 아니냐는 얘기다.

실제로 과점주주가 추천해 새롭게 구성된 이사회는 내년 3월 선임될 신임 행장과 함께 연내 지주사 전환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은행법을 적용받는 우리은행이 사업 시너지를 내기 위해선 지주사 체제로 전환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과거 14개의 자회사를 거느렸던 우리은행은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 등 6개 비금융 자회사와 광주ㆍ경남은행 등 지방은행을 떼어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는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 뿐이다.

우리은행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증권과 보험, 자산운용, 생명 등의 주력 계열사 확장이 필요하다.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계열사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계열사 사장 역시 경쟁력 있는 인사로 영입해야 한다. 외부 전문가 영입 가능성이 있지만, 전ㆍ현직 임원 역시 계열사 수장이 될 수 있는 유력한 잠재 후보군이다.

합병으로 탄생한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ㆍ한일은행으로 출신을 분류해 진행하는 비방전이 거세지면서 회추위도 특정 후보에 대한 과도한 헐뜯기를 예의주시한 상태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예상 밖의 다수 지원자가 공모에 참여한 것을 두고 내부적으로도 평가가 엇갈린다"며 "민영화된 우리은행을 발전시키는 데 소임을 다해보겠다는 개인의 취지는 존중하지만, 경선에 참여한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도전은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금의 은행이나 향후 지주사 전환 이후에도 지배구조하에서 프로세스에 따라 주요 보직 인사가 결정돼야 할 것"이라며 "그만큼 이번 은행장 경선은 조직 차원에서 민영화 초대 은행장 이상의 의미가 존재한 만큼 개인의 욕심이 반영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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