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정부가 2년 반만에 달러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하기로 하면서, 한국물 벤치마크 역할을 할 금리 수준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AA0' 우량 신용등급에 걸맞게 낮은 발행금리가 예상되지만,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시중금리가 뛰고 있어 상황은 녹록지 않다. 동일 등급에서 비교할 만한 다른 나라 채권이 없다는 점도 변수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은 지난 2015년 12월 무디스가 'Aa2'로 상향조정한데 이어, 작년 8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AA0'로 올리면서 3대 해외 신용평가사 가운데 2곳이 신용등급 분류상 세번째로 높은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무디스에서는 프랑스와 같은 등급이고, S&P에서는 영국, 프랑스, 벨기에와 동일한 수준이다. 피치는 무디스와 S&P보다 한 노치(notch) 낮은 'AA-'으로 우리나라를 평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외평채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와 신용등급이 유사한 국가의 금리를 비교ㆍ참조한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은 기본적으로 파운드 또는 유로 베이스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달러표시 채권을 거의 발행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마땅한 비교군이 없는 상황이다.

'AA0' 등급으로 올라서기 전에는 우리나라는 주로 칠레와 발행금리를 비교한 바 있다. 현재 칠레는 3대 신평사로부터 우리나라보다 한 노치 낮게 평가되고 있어 고려 대상이 아니다.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오른 뒤 작년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발행한 글로벌본드는 참고가 될 수 있다.

산은은 작년 9월 3년물 5억 달러와 10년물 5억 달러를 각각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동일 만기 미국 국채금리에 각각 57.5bp와 55bp 가산금리가 붙은 연 1.433%와 2.098%였다.

지난해 10월 수은은 만기와 금리조건이 다른 4개 채권을 총 25억달러로 발행했는데, 그중 10년 반 만기 채권은 미국 10년물에 70bp를 더한 수준에서 발행됐다.

문제는 작년과 지금의 시장상황이 180도 바뀌어서 산은과 수은의 발행금리를 단순비교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이후 미국 채권 금리는 연일 급등세를 탔고, 내년 금리 인상도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진 탓에 앞으로 금리는 더 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 2014년에 발행된 만기 30년 외평채의 유통시장 가산금리를 봐도 전일 27bp로 작년 9월 10bp 수준에서 약 세배 벌어졌다. 그 만큼 외평채 발행여건이 작년에 비해 악화했다는 의미다.





<오는 2044년 만기인 외평채의 미국국채 30년물대비 가산금리 추이. 인포맥스 4245>



작년 산은과 수은의 글로벌본드의 지난 6일 기준 유통금리도 발행당시에서 크게 증가한 85~86bp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동일 등급 국책은행과 소버린 채권간에 30~40bp 차이가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외평채의 가산금리는 45~55bp 수준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은 가능해진다.

최근 일본 정부가 보증하는 국책기관 채권들이 약 50bp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도 참조할 만하다.

일본의 신용등급(S&P 기준 'A+')은 우리나라보다 두단계 낮지만 금리 여건에서는 결코 뒤쳐지지 않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본국제협력은행(JBIC)과 일본정책투자은행(DBJ)는 미국채 대비 50bp에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외채권의 발행 금리는 시장 여건에 좌우된다고 설명한다. 발행시점에서 시장 분위기와 투자자 유인 정도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지난 2014년에 찍은 달러표시 외평채는 발행규모 대비 약 4.5배에 달하는 주문이 몰리면서 두 차례 가산금리가 낮춰지는 등 최초 제시 금리 대비 22.5bp 하향 조정되기도 했다.

2013년 9월의 10억 달러 외평채도 약 5배 가량 주문이 들어오면서 최초제시 가산금리(135bp)보다 20bp 내려 발행됐다.

한 해외채권 전문가는 "현재 발행여건 자체는 작년보다 좋지 않다"면서도 "외평채 발행 주관사인 해외 투자은행(IB) 등과 세일즈에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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