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한미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이 경제 보복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 화장품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과 한국콜마가 중동과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등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차이나 리스크(China Risk)'를 줄이기 위해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한국 압박하는 중국…'좌불안석' 국내 화장품 업계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은 지난 3일 '2016년 11월 불합격 화장품 명단'을 발표했다. 수입 허가를 받지 못한 제품 28개 중의 19개가 애경, 이아소 등 한국산 화장품이다. 해당 한국산 제품은 총 1만1천272㎏에 달하며 모두 반품 조처됐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화장품이 품질 부적합, 위생허가 등록증명서 미제출 등 중국 화장품 관련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일부 한국산 화장품 수입을 불허한 것을 놓고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라고 해석하는 것은 과하다는 게 보건 당국의 입장이다.

하지만 화장품 업계에서는 중국의 이 같은 조치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작년 7월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규제카드를 잇달아 꺼내 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한국행 전세기에 대해 이달부터 내달까지 운항 신청을 불허했다는 소식이 대표적인 예다.

문제는 국내 화장품업체의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데 있다. 중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면 국내 화장품업체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작년 3분기 연결 매출액 기준 중국 의존도는 아모레퍼시픽이 15.5%, LG생활건강은 6.1% 수준이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각각 38.2%, 10.4%다.

이 때문에 올해 화장품업체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전에 아모레퍼시픽, 아모레G, LG생활건강,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화장품 상위 5개사의 합산 영업이익 성장률이 16%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었다"며 "하지만 중국의 한국행 전세기 운항 불허와 중국향(向) 수출 둔화 등을 고려해 영업이익 성장률이 12%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차이나 리스크 줄여라"…국내 화장품 업체 대응방안 모색

이런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화장품업체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포스트 차이나(Post China)'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체 해외 매출에서 중국 비중을 낮추면서 균형 잡힌 해외 매출 비중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지난 2일 '2017년 시무식'에서 "중동과 서유럽 등 신시장을 개척을 위한 교두보를 본격적으로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실제 전날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중동 최대 유통기업 알샤야그룹(Alshaya Group)과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중동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하반기 중 두바이에 '에뛰드하우스' 1호점을 내고, 향후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 주변 국가에도 '에뛰드하우스' 매장을 열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서유럽 시장도 눈여겨보고 있다. 프랑스 샤르트트에 판매법인과 생산법인을 두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향수로 프랑스 시장을 공략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향수 브랜드 롤리타 렘피카(Lolita Lempicka)를 출시하고 아닉구딸(ANNICK GOUTAL)을 인수하며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며 "다만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했다.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인 한국콜마는 북미 시장 진출에 승부를 걸었다. 이미 한국콜마는 작년 하반기 미국과 캐나다의 화장품 ODM 업체를 잇달아 인수하며 북미 시장을 공략할 채비를 갖췄다.

한국콜마는 작년 9월 한국콜마 51%, 웜저 49%의 지분율로 미국 ODM업체 프로세스테크놀러지앤드패키징(PTP)을 공동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투자금액은 약 171억원이다.

웜저는 화장품 소싱업체이며 주요 고객사는 로레알과 시세이도 등 글로벌 화장품업체다.

같은 해 11월엔 캐나다 ODM 업체 CSR을 인수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CSR 지분 85%와 생산공장, 부지를 인수하며 인수 금액은 약 250억원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라며 "중장기적으로 해외 매출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북미 시장에 진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은 뚜렷한 대응책을 세우지 않은 상황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중국 지역 매출 변화가 없기 때문에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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