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짠돌이' 롯데쇼핑이 회사채 발행시장에 적잖은 '풍파'를 몰고왔다.

인수ㆍ합병(M&A) 시장에서 수수료 적게 주기로 소문난 롯데쇼핑이 회사채 시장에서도 본색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30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내달 7일 3ㆍ5ㆍ7년물로 나눠 총 7천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인데, 인수 증권사에 주는 수수료로 책정한 요율은 인수총액의 10bp로 결정했다.

올해 회사채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발행물이지만 수수료는 총 7억5천만원에 불과하다.

한국투자ㆍKB투자ㆍ대우ㆍ메리츠종금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 5개 증권사가 공동 대표주관사이자 인수단으로 참여하게 됐는데, 각 사별로 돌아가는 수수료는 1억5천만원에 불과하다.

대표주관사로 참여했다고 해서 별도로 받는 주관수수료도 없다.

롯데쇼핑이 책정한 수수료율은 올들어 국내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인수 증권사에 주는 수수료율 중 가장 낮다.

연합인포맥스 리그테이블의 IB별 인수/주관종목(화면 8452)에 따르면 올들어 발행된 일반회사채의 인수수수료율은 평균 31bp였다.

신용등급, 재무적 리스크, 발행물량, 평판 등등에 따라 수수료율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회사채 시장에서 통용되는 수준은 20∼30bp다.

따라서 롯데쇼핑의 수수료율은 가혹할 정도로 낮다는 평가다. 증권사들이 제반 비용을 제외할 경우 사실상 '서비스'로 발행ㆍ인수 업무를 맡아주는 셈이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롯데쇼핑은 3년물 3천500억원 어치를 3% 수준에서 발행할 예정인데, 증권사들이 콜차입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3년물을 인수한다고 가정하면 인수하는 순간 역마진이 발생할 수도 있다.

주관사와 인수단으로 참여한 한 증권사의 관계자는 "회사측과 주관사 관계자들이 모여 수수료율을 결정했다"면서도 상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말하기를 꺼렸다.

회사채 발행시장 관계자들은 롯데쇼핑의 '초저 수수료율'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형 증권사의 DCM파트 임원은 "수요예측 실시로 기업들의 발행금리가 오를 것이란 우려가 있었고, 발행사들은 이를 수수료를 낮추면서 보전하려고 할 것이라는 예상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그러나 수요예측 이후에도 채권금리 하락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발행사들은 낮은 금리에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수료율마저 크게 내리는 것은 너무한 것 같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회사채 발행시장 관계자들은 롯데쇼핑이 선례가 돼 다른 기업들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타냈다.

실제 내달 27일 2천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신세계는 지난 주 주관사를 선정하면서 인수수수료를 총액대비 10bp로 하겠다고 통보했다.

며칠만에 이를 번복해 결국 최종적으로 15bp로 확정했지만 평균치 보다는 높다.

증권사의 채권인수영업부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우량한 기업들이 주관사나 인수사 선정시 수수료 덤핑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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