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연초부터 증권사 리서치센터 간의 온도 차가 극명하다. 인력 감축으로 몸살을 앓는 곳이 있지만 규모는 작지만 내실 있는 성장 중이라는 평가를 받는 곳도 존재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 등 통합을 진행한 주요 증권사에서 많은 애널리스트가 퇴사하거나 지점 등으로 부서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증권도 본사를 명동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계약 만료 통보를 받았다. 교보증권의 경우 투자분석부 등에서 근무하던 인력 5명을 타 부서로 배치해 감원에 나섰다.

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주식 거래대금이 감소하며 법인영업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하자 비용부서로 인식되는 리서치센터의 인원이 축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 평가손실과 거래대금 감소에 따른 수수료 수익 축소의 영향으로 증권사들의 지난해 실적은 부진할 전망이다. 이에 눈에 띄는 구조조정이 없었던 증권사의 분위기도 좋지 않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국내 증권사 리서치 관행의 실질적 개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며 법인영업 등의 기여도가 아닌 분석 보고서의 적합성 등에 따라 보수를 산정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개별 애널리스트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뤄지기 힘들 것이란 점에서 이러한 조치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보고서 품질 개선 및 아이디어 발굴이라는 명목으로 회의만 더 늘어났다"며 "결국 규제만 강화되고 돌아오는 실익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리서치 강호들이 혼란한 가운데 눈에 띄게 약진한 중소형사들도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지난해 1월 이경수 센터장이 업계 최연소의 나이에 부임하면서 대대적인 변화에 나섰다. 구조 개편을 통해 리서치의 품질을 개선했고 우수한 애널리스트들을 영입하며 기관 투자자 사이에서 명성이 높아졌다.

일부 언론사가 진행하는 리서치센터 폴에서도 종전 10위권 밖에서 5위권에 진입했다. 또한, 회사의 탄탄한 수익성에 힘입어 대형사에서도 유지하기 힘든 '1애널리스트당 1RA'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경수 센터장은 "형식적인 회의와 보여주기식 일을 모두 배제하고 매크로와 기업분석 간의 경계를 허문 것이 성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혁신적인 시도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윤지호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말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했다.

이베스트의 방송은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입소문을 타고 청취자 수가 늘며 팟캐스트 경제부문 10위권 안에 랭크됐다.

업계 관계자는 "마케팅에만 치중하고 있는 대형사들보다 조직 개편이 빠르고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는 중소형사의 활약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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