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역대 최저 금리로 발행하는데 성공하면서 올해 대규모 만기를 맞는 공기업이 해외채권 차환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외평채는 주요 공기업 또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 또는 차환할 때 벤치마크로 활용된다. 정부가 견조한 대외신인도를 바탕으로 금리를 낮췄다는 것은 공기업 또는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매우 우호적인 발행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KP물 309억달러 만기

16일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4241)와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한국물(KP물)은 309억2천452억 달러다. 지난해의 326억 달러와 비교해서는 적지만, 차환 등을 감안해 실제 발행된 규모가 288억 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많다.

시기별로는 상반기에 190억 달러로 하반기 119억 달러 보다 많다. 특히 1월(42억 달러)과 4월(43억 달러), 5월(34억 달러) 등에 만기가 집중돼 있다.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S&P 기준 'AA')이 같은 공기업과 국책은행의 만기는 각각 55억9천만 달러와 124억7천만 달러로 총 180억6천만 달러에 이른다.

수출입은행(69억만 달러)과 산업은행(49억6천만 달러), 한국가스공사(10억만 달러) 등이 갚아야 할 만기 채권 규모가 많은 편이다.

수은의 경우 지난 2012년 발행한 12억5천만 달러의 5년물 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는데 당시 표면금리는 연 4.0%였다. 수은은 차환을 위한 발행을 준비중인데 금리를 1%포인트 낮춘다고 가정하면 연간 100억원이 넘는 이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 국채금리와 신흥국 외화채권 가산금리가 상승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벤치마크 제시는 한국계 기업들의 외화조달 비용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 금리 상승 사이클에 선제적 외평채 발행

외평채의 성공적인 발행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앞으로 금리 상승 전망이 강한 가운데 연초에 발빠르게 발행한 적절한 타이밍에 있다.

애초 정부는 작년 5억 달러의 외평채를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발행 시점을 늦췄다.

이와중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역대 최고('AA')로 상향하면서 벤치마크로 활용할 KP물이 필요해져, 작년 계획던 외평채 5억 달러 발행을 포기하고, 대신 올해 10억 달러로 편성해 연초 발행을 추진해왔다.

최근 조정국면에 들어간 모양새지만, 작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고 미국 국채 금리는 연일 급등했다. 발행여건은 갈수록 악화했다.

트럼프 신행정부가 대규모 재정확장 정책을 펼쳐 경기가 부양되고 인플레이션 압박이 가중될 것이라는 예상됐기 때문이다.

작년 7월 1.36%대까지 하락했던 미국 국채 10년물은 지난달 2.60%대까지 뛰어 올랐다. 현재는 2.39% 수준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파란색, 우측)와 2023년 만기도래하는 외평채 가산금리(붉은색, 좌측). 인포맥스 4245>



KP물의 가산금리도 큰 폭으로 벌어졌다. 인포맥스 외평채 가산금리(화면번호 4245)에 따르면 지난 8~11월 18~21bp로 유지되던 외평채(2023년 만기)의 미국 국채 10년물 대비 가산금리는 지난 12일 29bp로 올랐다.

트럼프 재정정책과 올해 2~3회 미국 기준금리 인상 전망, 최근 중국발(發) 금융불안 우려까지 맞물리면서 신흥국 중심으로 환율 및 가산금리가 상승했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가급적 빠른 발행을 추진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프리젠테이션(PT)에 나선 한국경제설명회를 마치고, 해외 투자자들의 호의적인 분위기를 등에 엎고 곧바로 발행 절차에 착수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첫 기자회견 이후 미국 국채 금리가 크게 하락한 시장 여건도 외평채 발행 시점을 선택한 요인이 됐다.

한 해외 채권 관련 전문가는 "최소 몇개월안에 이보다 낮은 금리로 외평채를 발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역대 최저 금리 2.871%

미국 국채에 견준 가산금리와 발행금리는 각각 55bp와 연 2.871%로 모두 역대 최저수준으로 결정됐다.

지난 2014년 6월 발행한 10억 달러 30년물의 동일만기 미국 국채 가산금리는 72.5bp였다.

이번 외평채의 최초 가이던스 금리는 미국 국채 대비 70~75bp에 제시됐다. 주문이 몰리면서 뉴욕 시장 오전 55~60bp로 가이던스가 하향조정됐다가 최종 55bp에 프라이싱이 완료됐다.

특히 이번 가산금리는 'AA' 등급 비교대상인 캐나다 앨버타, 매니토바, 온타리오주가 발행한 2026년 만기물의 가산금리(G-spread) 56~63bp 대비 낮다.

또 일본 정부가 보증하는 JBIC(일본국제협력은행, 'A+') 유통금리(지난 11일 기준 가산금리 56bp)보다도 좋다.

북빌딩 과정에서 발행 예정금액의 3배를 상회하는 초기 주문이 몰렸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54%, 미국 25%, 유럽 21% 등 70여곳이 참여했다. 투자 주체별로 보면 자산운용사 37%, 보험 37%, 은행 19%, 공공부문 3%, 기타 4%였다.

발행 직후 아시아 시장에서 발행 금리 대비 5bp 축소된 가산금리 50bp 수준에서 호가가 나오기도 하는 등 올해 첫 우량등급의 소버린 달러표시 채권에 투자자들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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