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라는 오랜 증시 격언이 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여전히 먹어주는 얘기로 통하지만, 기업 실적과 관련해선 적용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실적 호조 뉴스가 비근한 사례다.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놓았을 때 이 주식을 팔았다면 지금의 신고가 랠리를 만끽하지 못했으리라.

삼성증권은 16일 보고서를 통해 이와 관련 "성과에 사서 평가에 팔아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국내 최고의 홈런타자 이승엽 선수의 사례를 들었다.

이승엽 선수가 국내 프로야구(KBO)에서 최고의 성과를 낸 시기는 1999년이다. 국내 첫 5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했다. 하지만, '홈런킹' 이승엽 선수가 KBO 전체 '연봉킹'에 오른 시기는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03년이다.

프로야구에서 홈런이나 승수 등과 같은 기록이 성과라면, 연봉은 곧 그 선수에 대한 평가다. 특정 선수가 한 해 최고의 성과를 내더라도 구단은 곧바로 최고의 평가로 보상해주지 않는다. 평가는 대부분 성과에 후행한다.

이러한 이치는 주식시장에도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주식시장에서의 성과는 '기업 실적'이다. 증시에서도 이승엽 선수와 같은 홈런을 친 시기가 있었는데 바로 코스피 상장기업 순이익 50조원을 달성한 2004년이다. 이런 성과를 낸 코스피가 '1천조 시장'이라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까지 대략 4년여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주식시장의 최고 미덕이 성장이라고 하지만, 최고의 성과를 낸 이후에 필요한 것은 '꾸준함'이라고 삼성증권은 강조했다.

이 증권사 박성현 연구원은 "이승엽 선수의 홈런 기록은 1999년 이후 제자리에 머물렀지만, 이것으로 충분했다"며 "프로야구 시장에 그에게 요구한 것은 홈런 100개가 아닌 '매년 홈런 30개 이상은 칠 수 있는 꾸준함'이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증권은 '순이익 100조원' 시대를 앞둔 국내 증시에서 여전히 주식을 팔 시기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코스피 기업의 확정 순이익은 77조원대에 이르고 있다. 4분기 실적만 무난하게 나와주면 연간 순이익 100조원 달성이 가시권에 있다는 얘기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파는 것은 적어도 기업 실적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이 증권사는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오히려 성과가 나오기 시작할 때 주식을 사서 합당한 평가를 받았을 때 주식을 파는 것이 옳다"며 "현재 코스피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 증시는 MSCI 지수 기준으로 지나치게 할인돼 평가받고 있다. 비중축소에 대한 고민은 이런 저평가가 상당히 해소되고 난 이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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