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결정하자,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시장에 당장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향후 헌재의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또한, 삼성전자 주가 흐름에 따라 외국인의 자금 유출입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봤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은 탄핵 정국에 도래한 새로운 국면"이라며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관점에선 긍정적이지만 현시점에선 섣불리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하기 어려워 향후 진행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딜러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가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심판 중인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해석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 제공이 영장 청구의 이유인 만큼, 이번 사건은 박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장 청구를 계기로 탄핵 정국을 해결하기 위한 헌재의 심판 등 일련의 절차가 속도를 내면 시장은 오히려 불확실성의 해소 차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다만 대통령의 탄핵이 달러-원 환율의 재료가 되는 시기는 지난 만큼 그 영향은 제한될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았다.

앞서 박 대통령의 탄핵안에 가결됐을 때에도 국가 신용등급이나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투자 전망이 달라지지 않아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 은행 딜러는 "뉴스를 만들기 위해 확대 해석하지 않는 이상 박 대통령의 탄핵은 외환시장에서 큰 재료가 아니다"며 "지금 달러-원을 움직이는 재료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트럼프 발언 등 국외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그룹 수장에 대한 유례없는 영장 청구로 삼성전자 주가가 출렁인다면 달러-원 환율의 단기 변동성이 극대화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영장 청구 소식이 전해진 이 날 오후 2시를 기점으로 삼성전자는 2% 넘게 낙폭을 확대했다. 대장주의 하락에 코스피도 2,060선으로 후퇴했다. 1,18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달러-원 환율은 영장청구 소식이 전해진 이후 2.00원 가까이 오름폭을 확대했다.

'CEO 리스크'를 우려한 해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주춤해질 경우 달러-원 환율의 수급상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게 딜러들의 중론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예상치 못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연일 경신하고 있는 만큼 불확실성에 대한 주가 하락은 크지 않으리라고 전망됐다.

또 다른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영장 청구 소식에 코스피와 삼성전자 주가가 바로 반응하는 것을 봐서는 당분간 이들의 흐름이 외환시장 재료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이 펀더멘털에 기인한 만큼 CEO 리스크로 인한 영향은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외국인 자금과 주가 흐름이 외환시장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시장 변동성을 고려해 포지션에 대한 고민을 필요한 시기"라며 "당분간 사안의 흐름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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