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이례적인 통화 부양책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미국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정치권의 반전과 인플레이션, 재정 부양책, 실업률 하락, 완화 정책에 대한 우려 등이 금리 인하에 제동을 걸었다며 중앙은행들이 강력한 통화 완화 정책을 의미하는 '바주카'를 내려놨다고 설명했다.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단기 금리를 낮추고 채권을 사들이던 중앙은행들이 기진맥진한 상태라는 게 신문의 견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국면 전환의 선발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연준은 지난 1년여 동안 기준금리를 25bp씩 두 차례 올렸고 올해 세 번 이상 인상할 전망이다.

예상대로라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올해 말 1.375%로 상승하는데 이는 2008년 발생한 리먼 사태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신문은 변화를 예견하고 투자자들이 장기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해 7월에 1.37%였지만 현재 2.5% 수준으로 올라섰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선 승리가 전환점으로 지목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감세와 인프라 지출 등으로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밝혀 중앙은행이 저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이 줄었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지난달 "차기 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속단하기 이르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지만 실업률과 임금, 물가 등은 최근 들어 개선되고 있다.

연준 외에 다른 중앙은행들도 계속되는 저금리 정책에 지친 기색을 보이고 있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BOE) 총재는 지난 8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마이너스 금리가) 금융 시스템을 통해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며 "다른 국가에서 이를 목격했고 저축자들과 관련한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문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으로 영국 경제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우려와 달리 경기가 꺾이지 않았고 결국 BOE가 작년 11월에 추가로 금리를 낮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BOE는 현재 파운드화 급락에 주의를 기울이는 상황으로 통화 약세에 힘입어 올해 중반께 물가가 목표치인 2%로 오를 전망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9개월 늘어난 올해 말까지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결정하면서도 4월부터는 매입 규모를 800억 유로에서 600억 유로로 줄이기로 했다.

ECB가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영역으로 낮춘 결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12월에 1.1%로 3년여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화 부양책의 시급성이 줄었다는 의미라고 신문은 풀이했다.

아울러 신문은 일본은행(BOJ)이 현재로선 추가 완화를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민은행(PBOC)은 성장과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염두에 두고 균형 잡힌 정책을 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과 중국 등 미국 외 국가의 통화 가치가 하락하는 것도 부양 효과를 발휘해 금리 인하 필요성을 줄인다는 게 신문의 견해다.

신문은 저금리 기조로 경제 성장세가 가팔라지지 않았다면서 선진국 경제 성장률이 6년 연속 2%를 밑돌았고 올해에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통화 완화 정책으로 금융 시장이 왜곡되고 저축자들과 은행이 고통받았다고 비판하지만, 중앙은행들은 금융위기 이후 디플레이션 압력이 거셌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신문은 연준과 트럼프 정부의 주도로 통화 정책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며 번영으로 귀결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고 덧붙였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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