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시중은행들도 수익성에 타격을 받고 있다. 해외 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법인들이 적자에 허덕이자 사업 재정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국내 은행의 중국법인들이 줄줄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 중국유한공사는 지난해 1~3분기 동안 32억원의 이익을 얻는데 그친데 이어 4분기는 중국 경제의 하방 압력이 계속되면서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11월 설립된 국민은행 중국유한공사는 초기 법인전환 비용 등으로 162억원의 적자를 냈다. 다음해 80억 흑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2015년 8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작년에도 1분기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2분기 간신히 9억원 순이익을 거두는 등 거의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규제 등 현지 경영환경 악화로 중국에 진출한 국내은행들의 사정이 모두 안좋아졌다"며 "기존사업에 대해 재정비 및 합리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중국유한공사도 작년 1~3분기 동안의 당기순이익이 약 50억원에 불과했다. 전년(120억3천900만원)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지난 2014년 177억원의 순익을 낸 이후 지속적으로 이익을 줄어들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작년 1분기 45억7천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KEB하나은행도 최근 몇 년 간 중국법인의 수익성이 크게 둔화됐다.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 318억원, 2012년 174억원, 2013년 56억원으로 감소했고, 2014에는 적자 전환했다. 2015년 하나중국과 외환중국은행이 합병하면서 250억원의 순익을 냈지만, 올해 1분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2분기 146억원, 3분기 47억원 등 들쭉날쭉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 및 환율 하락으로 원화 환산 이익이 상대적으로 감소했다"며 "수익성 높은 대출 확대와 부채 구조개선 등을 통해 수익개선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은행들이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경제성장 둔화와 저금리 기조다.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6% 중반까지 떨어졌고, 내수 활성화를 위해 기준금리를 지속 인하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도 과거처럼 예대마진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여기에다 대손충당금 규제가 강화되고 위안화 약세, 한국계 기업들의 경영난까지 겹치면서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해 졌다.

중국에 진출한 대부분의 국내 은행들이 지점이 아닌 법인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법인의 경우 지점을 추가로 인가받기 쉬워 국내 은행들은 빠른 네트워크 확장을 위해 법인 형태로의 진출을 선호했다. 하지만 법인은 대규모 여신을 취급할 수 없고 유가증권 인수 등 업무를 수행에 제약이 많을 뿐 아니라, 금리 면에서도 불리한 점이 많다.

그러나 중국 현지법상 법인을 다시 지점으로 전환할 수 없어 중국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지 않는 이상 이 같은 어려움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우선 주요 은행들은 올해 중국 내 지점을 늘리지 않는 등 시장 확대 보다 유지에 방점을 두고 있다.

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은 올해 중국 내 지점 추가 설립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한 시중은행 글로벌사업 담당 부행장은 "작년부터 중국 금융당국이 건전성 기준을 강화하면서 충당금 적립이 늘어난 것이 가장 큰 타격"이라며 "앞으로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지점 축소 등 특단의 조치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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