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호 홍경표 기자 = 국민연금의 운용역 채용이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으로 특검 조사를 받으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평판과 신뢰도가 하락했고, 기금운용본부 전주 이전으로 우수 인력 채용 자체가 어려워진 점 등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 국민연금, 운용역 채용 지난해 절반 이하로 줄어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기금운용직 증원 인력은 16명으로, 지난해 40여명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지난 2015년에는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강화를 위해 65명을 채용하면서 대규모로 인력을 늘렸지만, 올해는 20명도 채 뽑지 않는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증원 인력은 기획재정부에서 결정하는데, 기재부는 업무량이나 기금 규모, 실적 등을 고려해서 증원 인력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금운용본부 운용자금 규모는 550조를 넘어가고, 전주 이전으로 운용역이 지속적으로 이탈해 인력 축소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곧 600조원을 돌파하는 기금운용본부 인력은 최소한 300명은 넘어야 한다는 것이 시장의 분위기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해 특검 조사를 받는 등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 평판 리스크가 커졌고,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국민연금 운용역을 늘려 힘을 실어주는 것이 부담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기금운용본부 전주 이전으로 채용을 늘린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우수한 인력이 유입될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운용역 임금을 인상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시장과의 차이는 크고, 국민연금 운용역에 대한 시각도 곱지 않아 처우를 급격하게 개선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동안 기금본부의 경우 운용역 채용이 많이 이뤄졌었다"며 "업무나 실적 등을 고려해 증원 인력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 금융시장 "예상된 흐름…부진한 지원 지속될 것"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역 축소에 예상됐던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전주 이전과 동시에 삼성그룹 합병이슈 등 여러 악재가 겹쳐 국민연금으로의 이직이 더는 영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A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역을 축소한 기획재정부 입장에서는 국민연금이 그다지 잘 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인원을 할당하는 게 부담이 됐을 것이다"며 "서울에 있는 것도 아니며, 여러 문제가 터지면서 금융시장서 국민연금 이직은 과거와 같은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B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몇몇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국민연금으로 지원해 이동했으나 내부적으로 그다지 긍정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며 "그들 나름의 판단으로 이동한 것이지만, 축하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몇몇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상황이 다소 어려워져 옮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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