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정부가 시장 중심의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을 마련해 그간 채권은행이 주도해 온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주도권을 넘겨준다.

올해 상반기 안에는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의 장점을 합친 '프리패키지드 플랜(pre-packaged plan)'도 실시한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실물경제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금융위는 올해 하반기 부실기업 인수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기업구조조정 펀드'를 조성해 민간 구조조정시장에 충분한 자금을 공급키로 했다.

기존 민간자금이 진출하지 못했던 기업 회생형 구조조정채권 시장에 모험투자를 수행할 수 있는 자금을 투입하기 위해서다.

펀드는 모자형 펀드(Fund of Funds)로 설계해 독립적인 운용사가 모펀드를 운용하고, 구조조정에 전문성이 있는 기관이 자펀드를 운용해 구조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펀드 규모와 자금 모집 등의 세부 운영 방안은 내달 금융연구원 주최 토론회와 은행권 협의 등을 거쳐 3월 중에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상반기 안에 금융감독원, 신용평가사 등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기존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 모델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도 마련한다. 이를 바탕으로 금감원은 은행별 신용위험평가 모델을 하반기에 점검할 계획이다.

그간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는 단기간 내 은행이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거나 기업과 장기간 거래해 온 관계 등을 고려해 온정적으로 진행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금융위는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 모델의 적정성을 객관적으로 점검함으로써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적기에 선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반기 안에 산업전문가나 법정관리인 등 구조조정 전문가가 구조조정채권의 공정 가치를 독립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관도 설립한다.

촌각을 다투는 기업 구조조정이 채권 매각의 가격을 두고 지연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만약 채권은행이 해당 기관이 평가한 채권의 공정가치를 수용하지 않아 매각하지 않으면, 은행이 해당 채권의 가치를 재평가해 기존 평가액과 차액만큼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그간 채권은행들이 소극적으로 대처해 온 한도성 여신 지원도 강화된다.

금융위는 정책금융기관 보증을 통해 매각 대상 기업의 당좌대출이나 할인어음, 무역금융, 전자방식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B2B) 등 기업 상거래 활동과 연계된 여신에 대해선 충분한 공급을 유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은행들은 구조조정채권 매각 대상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저해하는 내부 규정을 상반기 안에 개정해야 한다.

또한 3월 설립되는 회생법원을 계기로 '프리패키지드 플랜'도 본격화된다.

이 제도는 채권단이 신규자금지원 계획을 포함한 사전계획안을 제출하고 법원이 이를 인가하면, 법원 협의하에 채권단 주도의 워크아웃 등으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채권단의 신규 자금이 지원되면 정상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악성 채무가 많아 이를 조정해야 하는 기업에 대해 효과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해 도입됐다.

금융위는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워크아웃과 채무조정을 주로하는 회생절차의 장점을 연계하게 된 만큼 보다 효과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회사채 등 기업의 시장성 차입이 늘어 채권은행의 역할이 축소되고 채권단 간 이견도 있어 채권은행 주도의 원활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곤란했다"며 "채권은행 위주의 방식에서 벗어나 외국처럼 구조조정 펀드를 통해 시장이 중심이 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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