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임기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정책 반경을 통화정책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넓히고 있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2017년 상반기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곳은 국제협력국과 금융결제국이었다. 두 곳 모두 글로벌 이슈를 주로 다루는 부서다.

한은은 이번에 국제협력실을 국제협력국으로 확대, 개편했다. 국제협력국은 국제기구에서 이뤄지는 각종 협의와 정책, 글로벌 규제 등을 다룬다. 종전의 기획협력국 산하의 국제협력실에 국제국 산하 국제금융협력팀의 통화스와프 담당 업무을 포함시켰다.

한은은 한국경제의 위상 강화로 국제기구 등에서 한은의 역할 확대에 대한 기대가 증대되면서 관련 업무를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당 국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인사의 관전포인트는 금융결제국이었다. 기존 국장급에서 빈 자리가 없었던 탓에 경쟁률이 치열했다. 한은 일각에서는 경쟁률이 8대 1에 달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앞으로 국제기구에서 각종 지급결제에 대한 디지털 기술혁신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될 수 있어 '미래지향적인 부서'로 손꼽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금융결제국은 최근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블록체인, 분산원장 기술, 인공지능 등을 담당한다.

이주열 총재 취임 이후 주로 통화정책국, 조사국 등 통화신용정책라인에 무게를 실어왔다. 물론 지난해 하반기에 이미 인사가 이뤄지면서 이동의 여지는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인사에서 글로벌 이슈를 전담하는 두 곳에 방점을 찍은 것은 눈에 띄는 변화다. 한은의 '국제화'는 김중수 전임 총재가 전면에 내세운 이슈였다. 그만큼 이주열 총재 취임 이후에는 빛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국제무대 경험이 많지 않은 것이 이 총재의 약점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화는 시시각각 일어나고 있어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 블록체인, 분산원장, 가상통화,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이 금융에 도입되는 4차 산업혁명 시기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화에 한 번 뒤쳐지면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규제가 확산하고 있는 점도 중앙은행이 주목할 부분이다. 이번 상반기 한은 인사에서 두 부서가 주목을 받은 것은 이런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주열 총재는 두 곳의 국장급으로 김중수 전임 총재 시절의 인재를 중용했다. 국제협력국장에 유상대 전 뉴욕사무소장이, 금융결제국장에 차현진 전 인재개발원장이 선임됐다. 두 사람 모두 '김중수 키즈'로 불리던 인재들이다.

이 총재가 임기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포용적 인사에 나선 셈이다. 이 총재가 취임 이후 '실적과 평판'을 내세워 통화신용정책 관련 인물을 중심으로 기용하면서 '통신제국', '김중수 지우기'라는 비판을 받아온 점을 고려할 때 한은 내부의 분열을 바로 잡으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한 한은 관계자는 "최근 국제회의에서 중앙은행 총재들의 관심사는 통화정책을 넘어 블록체인 등 새로운 디지털 지급결제 기술"이라며 "관련 내용을 잘 따라잡지 못하면 중앙은행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봐야 하기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 전임 총재시절에 핵심 보직에 있었다는 이유로 인사에서 제외됐던 인물들을 다시 불러들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며 "한은의 인재를 차별없이 두루 쓰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syju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