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절대 잃지 않는다'

헤지펀드의 핵심이자 삼성헤지자산운용의 모토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하우스는 한국에서 가장 헤지펀드다운 헤지펀드라는 평가를 받는다.

허윤호 삼성헤지운용 대표는 19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리스크와 리턴의 균형이 맞는지 항상 체크해야 수익률의 변동성을 낮게 유지할 수 있다"며 "삼성헤지운용의 경우 가장 리스크를 주는 종목이 포트폴리오 내에서 뭔지 파악하고 이 자산에 한 단위 더 투자할 경우 펀드 전체의 리스크는 얼마나 증가하는지 등을 면밀히 분석한다"고 말했다.

허윤호 삼성헤지자산운용 대표

삼성헤지운용은 지난달 삼성자산운용의 헤지펀드본부가 분리돼 자회사로 만들어진 법인이다. 초기 대표는 기존 헤지펀드본부장이었던 허 대표가 맡았다.

삼성운용의 헤지펀드본부는 2011년 설립된 이후 매년 한 번도 마이너스(-) 수익을 낸 적이 없어 '진정한 헤지펀드'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수익률은 5~10% 사이로 아주 높지 않지만 그만큼 손실을 내지도 않고 어떤 국면에서도 수익을 낸다는 점에서 헤지펀드 이름에 가장 걸맞다는 얘기다. 수익률의 변동성도 연 5%대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그의 경력과 삼성자산운용의 리스크 관리 성향이 맞물린 영향도 있다. 허 대표는 채권 전문가다. KIS채권평가 평가팀에서 3년 간 근무하고서 2004년부터 현재까지 채권 펀드매니저로 한 우물을 팠다.

이에 포트폴리오도 매우 보수적이다. 삼성자산운용도 높은 리스크 관리 수준을 요구하거니와 허 대표도 방향성에 베팅하는 운용은 지양한다. 채권이든 주식이든 바텀업(bottom-up)으로 면밀하게 분석하되 최근 10년간 발생한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 요인들을 스트레스 테스트로 매달 실시하기도 한다. 채권만 놓고 보면 투자대상은 국내에서는 국채와 통안채 중심이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 'AA' 미만은 담지 않는다.

허 대표는 "채권도 금리 상승이나 하락 같은 방향성을 보는 게 않으며 듀레이션을 '0'으로 가져갈 정도로 짧게 방망이를 쥔다"며 "국내에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헤지를 할 수 있는 수단들이 없고 유동성과 안정성 문제도 있어서 따로 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헤지펀드와 다른 액티브·패시브 펀드의 성격은 엄연히 다르다. 이런 인식은 삼성운용에 헤지펀드본부가 처음 생길 때부터 있었고, 지난 1~2년 사이 분사에 대한 논의가 급속하게 진행됐다.

그는 "이미 출범 초기부터 언젠가는 독립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고 헤지펀드 규모가 커지면서 본격화됐다"며 "기존 삼성자산운용에 속했을 때보다는 더 자유롭게 CB와 BW를 포함한 해외 크레딧이나 파생상품 등을 담을 수 있게 됐고 이 때문에 최근에는 파생 거래를 하는 외국계 증권사들과 계약을 다시 맺느라 분주하다"고 귀띔했다.

삼성헤지자산운용이라는 회사로 독립하고 그가 가장 처음 선보이는 펀드는 매크로 전략을 사용하는 헤지펀드다.

매크로 헤지펀드는 환율, 금리 등 거시 경제 변수를 예상하고 이에 맞게 채권, FICC, 원자재, 주식 등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이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선진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따라 금리와 환율이 움직였기 때문에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이제는 이런 전략을 쓸 수 있는 때가 됐다는 게 허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통화정책은 예측하기 어려워 지난 3~4년간 글로벌 매크로펀드는 수익률 부진 등으로 거의 다 청산됐다"며 "이제 중앙은행의 역할도 끝났고 예측 가능한 시장이 됐다는 판단에 1년 이상 준비했고 운용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한국형 헤지펀드 매니저 1세대인 허 대표는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략을 좀 더 세분화, 다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 2015년 금융 당국이 헤지펀드 라이선스를 등록제도로 바꿔 신생 운용사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가운데, 많은 운용사가 고위험·고수익의 지엽적인 전략에만 투자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가장 높은 수익을 내며 업계 안팎의 관심을 받았던 헤지펀드는 대개 기업공개(IPO) 전략의 펀드였는데 사실 이는 이벤트드리븐(event-driven)의 하위 전략 중 하나일 뿐이다.

최 대표는 "IPO나 블록딜 등을 주요 전략으로 내세우기에는 이런 전략들이 펀드 규모가 커지면 사용할만한 성격의 것들이 아니다"며 "롱숏만 해도 10개 이상의 전략이 있는데 한국형 헤지펀드가 도입된 지도 이제 5년이 지났으니 흥미를 끌 수 있는 전략이 아닌 헤지펀드 본연에 충실할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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