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금리가 어디까지 추락할 것 인지다.

세계 경기 침체 영향으로 수출 중심의 한국경제도 저성장이 굳어져 금리수준이 선진국처럼 연 0%대 또는 1%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그나마 성장이 유지되면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 머물 수 있었지만, 이제 여건이 달라졌다는 우울한 분위기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발 빠른 전문가들은 한국도 일본이나 미국처럼 초저금리 시대를 피할 수 없고 문제는 시기일 뿐이며, 현재의 채권 수급 구조가 이어지면 올해 연말께에 국고 3년과 10년물이 1%대로 진입할 것이란 예상도 내놓고 있다.

채권시장이 '긴가 민가'할 때 확실한 경종을 울려준 인물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였다.

그는 지난 12일, 시장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를 13개월 만에 전격 인하해 채권시장을 뒤흔들었다.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던 비밀인 '경기 침체'에 대해 한은이 공식적으로 '기상 벨'을 울려 주의를 환기시키자 채권시장은 전인미답의 국면으로 치달았다. 금통위 날 연 3.19%였던 3년물 국고채금리가 다음날 콜금리 수준인 연 3.0%를 깨고 추락, 연 2.97%로 폭락했다. 이후 지난 26일에는 급기야 사상 최저치인 연 2.78%까지 떨어져 본격적인 경기 침체의 서막이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렇게 되자 연기금과 보험 등 고객자산을 불려줘야 하는 금융기관들은 일제히 비상이 걸렸다. 특히 퇴직연금 운영부서 등은 '쇼크' 상태에 빠졌다.

저성장의 고착화 속에 주식과 펀드에 대한 실망감, 자산 디플레의 공포 속에 헤매는 부동산시장은 기관들에 투자대상 선택의 여지를 극도로 좁아지게 만들었다. 이렇게 되면 선진국 시장에서처럼 믿을 건 차선이지만 확실히 기약된 수익(Fixed Income)에 대한 욕구가 분출하지 않을 수 없다.

기관의 눈높이가 낮아지면서 일본 미국과 같은 선진국형 투자 관행이 이어지고, 이러한 상황을 예견한 외국인들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비싼 한국 채권이 싸질 때까지 매수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채권 '사자'가 거대한 물결처럼 쇄도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지난 27일 김중수 총재는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이렇게 고백했다.

"밤에 자고 일어나면 대외 상황이 급변해, 석 달마다 성장률 전망을 하지만 그동안 경제변화가 심해 (하향) 조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하는 것보다 모른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게 더 큰 문제인데 대외 경기가 급변하면서 최근 한은이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때도 있다"

2천여 명의 최대 전문가 인력을 보유한 리서치 기관 수장인 김 총재가 경기 전망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어렵게 고백한 것은, 불투명성이 어느 때보다 높으니 국내 경기 침체가 앞으로 가중될 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

국고채금리 1%대의 진입 시기가 좀 더 당겨질 것 같다는 느낌이 스멀스멀 밀려온다.

(취재본부장)

tscho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