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트럼프의 정책은 일관적이지 않다. 재정정책과 보호무역주의의 영향이 서로 충돌한다"

마이크 모란 SC(스탠다드차타드)그룹의 미국 및 남미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랠리'의 장밋빛 전망에 의구심을 표했다.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간 충돌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감세를 위한 의회 통과 과정, 그리고 새로운 교역 협상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C 마이크 모란

그는 20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이 실제로 경제에 효과를 나타내려면 오는 2019년은 돼야 할 것"이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도 올해 한차례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트럼프 경제 정책의 한 축을 담당하는 보호무역주의의 비일관성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고 봤다. 트럼프의 재정정책과 인프라 투자, 고금리 정책 등은 달러 강세 요인이나 결국 수입 가격이 올라가면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마이크는 "트럼프 당선 이후 지난해 11월~12월의 흐름을 보면 정책 이슈로 인해 달러 강세가 유지되고 있다"며 "트럼프 자신이 원하는 수준보다 달러 가치가 너무 강하다고 보고 있지만, 정책적 변화가 없는 한 달러 강세 우려 발언 효과는 반감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결국 트럼프 이후 미국과 다른 여타 국가들의 경제 성과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른 금리 방향이 주요국의 통화 가치를 결정할 것이라는 이유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영향에 대해서는 무역전쟁보다는 협상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마이크는 "글로벌 경제에서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무역전쟁이 발발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역사적으로도 보호무역주의는 파괴적이었고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게임이었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모란은 뉴욕에 주재하며 미국과 남미 경제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이전에는 남미와 아시아 등 신흥국 전략을 담당했고 지난 2012년과 2011년에는 블룸버그가 주최하는 남미 지역 환율 전망에서 1위를 한 바 있다. 1999년부터 스탠다드차타드 그룹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 연구 석사 학위를 받았다.



다음은 마이크 모란 이코노미스트와의 일문일답

- 미국 경제 전문가로서, '트럼프 랠리'는 지속될 것인지.

▲시장이 지난 2개월간 급격한 반응을 보였으나 '트럼프 랠리'가 실현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가 하고자 하는 일이 과연 가능할지, 얼마나 빨리 변화를 만들어낼지 현실을 봐야 한다. 새로운 법을 제정해 의회를 통과해야 할 뿐 아니라 교역 상대국과 새로운 내용으로 협상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시장이 단기적으로는 낙관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과연 기대가 현실에 부합할지 지켜보고 있다. 주식, FX, 채권시장에서 소폭의 조정이 나타날 것이다.

-미국 보호무역주의가 달러 가치에 복잡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가 실행하는 정책 간에는 일관성이 많이 결여돼 있다. 트럼프의 정책을 보면 무역정책, 즉 보호무역주의가 한 축이고 세재·재정 정책 그리고 사회 간접자본 투자와 같은 정부 지출에 대한 정책이 주요 골자다. 또 통화정책에 대해선 고금리를 원하고 있다. 단순히 분석해 보더라도 재정 지출을 확대하게 되면 달러는 강세를 보일 것이고 고금리를 유지하면 이 또한 달러 강세 요인이다. 결국, 미국 입장에선 외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수입 가격이 올라가게 되고 수출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보호무역주의 정책과는 상반된 것이다. 트럼프의 정책 영향들이 서로 충돌하는 셈이다. 미국과 다른 여타 국가들의 경제 성과를 봐야 할 것이다. 금리 방향성이 중요해 보인다. 금리 방향이 주요국의 통화 가치를 결정할 것이다.

-트럼프의 '달러 강세 우려' 발언 이후 미국 달러가 급격히 약세를 보였다. 이보다 더 명확한 시그널이 있는가.

▲트럼프는 당연히 달러 약세를 원할 수 있지만 정책은 그렇지 않다. 당선 이후 지난해 11월~12월의 흐름을 보면 정책 이슈로 인해 달러 강세가 유지되고 있다. 트럼프가 달러가 자신이 원하는 수준보다 너무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정책 자체는 달러 가치를 올리는 정책이다. 정책적 변화가 없는 한 발언의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언론에서 달러 가치에 대한 언급했기 때문에 반응이 컸다. 시장도 그에 적응할 것이다.

- 올해 몇 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지.

▲올해 한 번의 금리 인상에 그칠 것이라 보고 있다. 시장은 올해 두 차례 정도를 예상하고 있고 연준은 올해 세 차례 금리를 인상한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이 실제로 경제에 효과를 나타내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개인과 법인에 대한 감세 정책이나 인프라 지출 등 모두 의회를 통과해야 하는 문제다. 수개월이 걸릴 것이다. 정책이 실제로 체감되려면 오는 2019년은 돼야 한다고 본다. 올해 경제는 지난해와 비슷하게 1.5~1.6% 성장률을 보일 것이다. 오는 2018년에는 네 차례 금리 인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시장 콘센서스를 보면 미국 경제가 2.5% 성장할 거라 보고 있는데 다소 낙관적이다. 물론 실업률이 낮아 미국의 물가 수준이 올라갔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고 연준의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올해나 내년 연준 내에 큰 변화가 있을 수 있어 주시해야 한다. 옐런 의장의 연임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향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정책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멕시코 환율과 무역 '더블 펀치'를 맞았다고 평가된다.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따라 제2의 멕시코가 많이 나타날 것인지.

▲멕시코는 특이한 예다. 멕시코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비중은 70~75% 수준으로 신흥국가 중에 그만큼 수출하는 곳이 없다. 굉장히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멕시코와 미국 간 관세를 부과하면 전면적 무역전쟁 일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멕시코 페소가 트럼프 당선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약세를 보인 통화가 됐다.

중국 위안화 경우에도 트럼프가 지속해서 주시하고 있는 통화다. 모두가 관심 가지는 중국과의 교역 관계에 대한 계획이나 자세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더 나은 교역 조건을 위해 트럼프가 공격적으로 발언하고 있다. 미국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국과의 관계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어오려 한다. 미국에서 많은 제조업이 빠져나갔다는 인식 때문에 이를 다시 얻어오기 위한 중국과의 협상을 장기적으로 시작하게 될 것이다.

-무역전쟁 여지는 남아있나.

▲리스크는 있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경제가 수년간 둔화됐고 교역 흐름과 성장도 느려져 올해와 내년까지 무역전쟁 가능성이 존재하는 건 맞다고 본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에서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무역전쟁이 발발하길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보호무역주의는 파괴적이었고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게임이었다. 협상을 통해 모두가 혜택을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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