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4년마다 돌아오는 인류의 스포츠 제전 `올림픽'이 한창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모든 전쟁을 중단하고 평화의 제전으로 치러졌다는 올림픽 경기는 지구상의 거의 모든 국가들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스포츠 행사이며 경기 수준에서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다.

최대의 스포츠 행사이다 보니 많은 잡음도 따른다. 최근의 비판은 과거의 정치적 이유보다는 지나친 상업화와 개최지 선정 등을 둘러싼 잡음, 부패 의혹 등이 대부분이다. 이번 런던 올림픽은 초반 한국 선수들이 관련된 `오심' 논란이 특히 부각되고 있다.

수영에 이어 유도와 펜싱으로 이어진 오심 논란은 이제 올림픽 열기에 찬물을 붓는 수준을 넘어 일부 과격한 팬들을 중심으로 선수단 철수 등의 극단적인 의견이 나올 정도로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각 케이스마다 상황이 다르고 사정이 다르나 오심에 대한 국민적 분노의 이유는 결국 한가지로 귀결된다. 올림픽을 바라보며 4년간 피나는 노력을 해온 우리 선수들이 공정한 경쟁의 장에서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다는데 대한 울분이다. 실력이 아닌 다른 요인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고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잘못된 결정이 수정되지 않는데 대한 반발이다.

올림픽 오심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보며 우리 경제에 산적한 불공정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최근 국민적 분노를 불러온 CD금리 조작 사건의 경우가 유사한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수 백조원 규모의 가계대출에 대한 이자를 결정하는 지표금리가 일부 금융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별다른 기준과 감독없이 결정되어 온데 대해 이미 대규모의 집단소송이 예고되는 등 국민적 분노를 일으킨 바 있다.

공정위의 조사 후 해결방안 관련 논의도 올림픽 오심과 유사한 경로를 따라가는 것으로 보인다.

오심은 있었으나 심판의 권위를 훼손할 수 없어 승부 결과를 바로잡을 수 없다는 궤변과 마찬가지로, CD금리 조작의 경우도 대안이 없다거나 새로운 기준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며 공정위가 시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열지 말았어야 할 상자를 열었다는 등의 금융당국의 반응이 그것이다.

정부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 매입으로 저축은행 부실 규모가 오히려 커졌다는 지적도 마찬가지다. 판단 착오로 저축은행 사태가 더 악화됐지만 당국은 이러한 `오심'을 바로 잡을 논리나 필요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 모습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실수가 있을 수 있지만 실수를 인지하고도 바로잡지 않고 각자의 이해에 따라 결과를 왜곡하려 한다면 이는 더 이상 실수에 머물지 않는다. 시간이 걸려도 실수가 나온 배경을 분석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

올림픽에서의 오심은 선수들의 지난 4년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안이한 대처는 국민경제 질서의 훼손으로 이어져 그 피해를 측량하기도 힘들 것이다.(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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