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부채 위기 해법에 잇따라 반기를 들면서 유럽중앙은행(ECB) 내에서 고립되는 모습이다.

분데스방크와 ECB의 시각차가 가장 두드러진 사례는 지난주에 나온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발언이다. 그는 "유로존을 지지하고자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말해 ECB의 많은 정책위원을 놀라게 했다.

이에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국채 매입 프로그램의 부활을 반대한다"면서 "국채 매입은 잘못된 혜택을 주게 되므로 문제가 있다"고 받아쳤다.

이어 31일(미국시간) 분데스방크 소식통은 CNBC를 통해 "통화정책은 절대적으로 물가 안정을 지킨다는 제1의 임무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유로존 일부 회원국의 문제는 재정적인 것으로 재정적 도구를 통해 진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데스방크로부터 공감대를 얻으려 했던 장 클로드 트리셰 전 총재와 달리 드라기 총재는 분데스방크의 허락이나 승인에 관심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독일은 ECB 자본의 19%를 담당하고 있지만 23명으로 꾸려진 정책위원회에서 한 표만 행사할 뿐이다. 다른 정책위원들을 설득할 수 있다면 드라기 총재가 바이트만 총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해 11월 "분데스방크의 전통을 굉장히 존중한다"면서도 "내 일을 하게 해 달라. 그리고 내가 이 전통에 동조하거나 벗어나는지는 정기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분데스방크와 뜻을 같이했던 당국자들도 점차 자세를 바꾸고 있다.

오스트리아 중앙은행의 에발트 노보트니 총재는 유로존 구제기금에 은행 면허를 주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고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도 드라기 총재의 발언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마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 성명을 내고 "유로화를 보호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며 자신의 경제 참모였던 바이트만 총재를 지지하지 않았다.

드라기 총재가 분데스방크의 존재를 언제까지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ECB가 분데스방크와 대척점에 선다면 주요 유권자인 독일 대중의 유로화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코메르츠방크의 외르그 크래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 드라기 총재가 바이트만 총재를 무시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ECB는 독일 대중의 지지를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ECB가 8월 금융정책위원회에서 국채 매입을 비롯해 분데스방크가 반대하는 새로운 조치를 실제로 내놓지는 않으면서도조치를 할 의향이 있다는 점은분명히 밝힐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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