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 부양책을 내놓지 않았지만, 시장이 크게 실망하지 않은 것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 발표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ECB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ECB가 2일에 과감한 대규모 조치를 할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자들은 실제 그러한 조치가 나오지 않으면 크게 실망할 것으로 보인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존 히긴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실망할 여지가 많다고 본다"면서 "ECB의 목소리가 실제보다 더 크게 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ECB가 부양책을 발표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어느 때보다 논쟁이 격렬하다. ECB가 내놓을 만한 부양책들도 여러 가지 제시되고 있지만, 어느 것도 최적의 해법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또 ECB가 독일의 반대를 무시하고 시장의 기대에 부응했을 때 그 효과나 후폭풍도 여전히 걱정거리다.

◇ECB가 꺼낼 카드는 = 전문가들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국채 입찰에 참여하고 ECB가 2차 시장에 개입하는 방법이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이와 캐피털 마켓츠의 토비아스 블래트너 이코노미스트는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EFSF에 국채를 사달라는 어떤 요청도 아직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CB가 스페인, 이탈리아 국채 금리에 상한을 정하거나 독일 국채 금리와의 스프레드를 제한하는 방법도 있다. 스위스 중앙은행(SNB)의 조치와 유사한 이 방법은 드라기 총재의 약속에 대한 의구심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베렌버그은행의 홀저 슈미딩 이코노미스트는 "(이 방법을 통해) ECB가 실제로 국채를 많이 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유럽안정화기구(ESM)에 은행면허가 부여될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 이렇게 되면 ESM이 ECB로부터 돈을 빌릴 수 있게 돼 국채 매입을 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블래트너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법규상 ESM이 ECB의 거래상대방이 될 수 없어서 은행면허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3차 장기 대출(LTRO)을 언급하면서 3차 LTRO를 예상하는 시장 참가자들이 가장 적지만 ECB 정책위원회에서 은행들에 유동성을 공급하자는 의견이 항상 다수였다고 설명했다.

ECB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두 차례 LTRO를 통해 1조유로(약 1천380조원)를 금융권에 투입했으나 국채 금리는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비판적인 인사들은 LTRO가 은행과 정부의 상호 의존도만 높일 것이라면서 도덕적 해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독일 어깃장 계속 =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주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지지하고자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밝혔으나,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국채 매입이 잘못된 혜택을 주게 된다며 국채 매입 프로그램의 부활을 반대한다고 꼬집었다.

드라기 총재는 ECB가 국채 매입을 재개할 여지를 남겼으나 문제가 그리 쉽지 않다.

슈미딩 이코노미스트는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가 ECB의 채권 시장 개입안에 반대표를 행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의 반대표가 ECB의 국채 매입을 원천 봉쇄하진 못하겠지만, 부채 위기 해결에 대한 의구심을 키울 수 있다.

ECB 내 몇몇 인사들은 바이트만 총재가 공식적으로 위기 해법을 반대함으로써 이런 조치의 효과를 반감시킨다고 말했다. 시장은 ECB가 금융 위기를 해결하고자 능력을 무제한으로 사용하길 원하지만, 분데스방크의 반대가 ECB의 한계를 오히려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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