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미국이 일본과 중국, 독일 등의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지정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우리 외환당국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 중 2개에 해당하는 한국도 무풍지대일 수는 없어서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상수지 흑자 비율을 낮출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선제적인 조치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행은 3일 '2016년 12월 국제수지(잠정)'에서 2016년 연중 경상수지 흑자가 986억8천만달러라고 집계했다.

이는 지난 2015년 연중 흑자 1천59억4천만달러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15년 GDP 1조3천775억달러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약 7.7%였다. 2016년 연간 GDP 규모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지난해 수준의 GDP를 기준으로 올해 경상수지 흑자 비율을 계산하면 약 7.16%다.

한은은 2015년과 2016년의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봤다.장기균형수준인 3~4%를 훨씬 웃도는 비율이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의 평균 GDP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4.1%였다.









미국이 제시하는 환율조작국 요건 중 하나는 GDP대비 경상수지 흑자비율이 3%를 초과할 경우다. 현재로써는 경상수지 흑자가 500억달러대로 적용돼도 GDP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3%대 중반이다. 경상수지 흑자가 500억달러 밑으로 감소해야 3% 비율을 맞출 수 있다.

한은은 지난 2015년, 2016년의 경상수지 흑자폭이 커진 것은 저유가의 영향이 컸다고 봤다. 과거 배럴당 100달러대를 보였던 원유도입단가가 지난해 41달러, 2015년에는 53.7달러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한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원유제품 순수입이 크다"며 "유가가 10달러 하락한데 따른 경상수지 흑자는 약 80억~86억달러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유가가 50달러 움직이면 약 400억달러 정도의 경상수지 흑자 변동이 가능한 셈"이라며 "유가 반등폭이 커지면 경상수지 흑자 감소폭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에 발표한 '2017년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 GDP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지난해 7% 내외에서 올해 5%대 후반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2018년에는 5% 안팎일 것으로 내다보면서 점차 장기균형 수준인 3~4%로 이행할 것이라고 봤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017년 810억달러, 2018년 780억달러로 점차 축소될 것으로 봤다.

정규일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국제수지 설명회에서 "환율조작국 기준은 3%라 (경상수지 흑자가) 아직 상당히 많이 내려가야 하는 수준"이라며 "유가의 영향이 미치려면 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해야 하는데 유가가 10달러 하락하면 86억달러가 개선되니 반대로 10달러 오르면 그 정도 악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가가 배럴당 51달러로 상승 국면으로 전환됐다"며 "최근 반도체, 화공품 수출이 증가하면서 수입도 더 늘어나고 있는데 앞으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과거 장기평균이 GDP대비 4~5%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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