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새해부터 유럽이 소란스럽다. 재정 위기의 높은 파고 때문이다. 스페인은 구제금융설에 휘말렸고 헝가리에서는 외환위기설이 나왔다. 유럽 은행권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탈리아의 국채금리는 위험경계선인 7%를 넘었다.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시장이 불안하면 정부로 눈을 돌리게 된다. 이번 주에는 유럽 당국의 대책이 중요 이슈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회담이 9일 열리고 유럽중앙은행(ECB)은 12일 통화정책 회의를 연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회담은 오는 30일 열릴 유럽연합(EU)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만남이다. 작년 12월 합의된 신재정협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의논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에는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3국 정상회담이 열리고 23일에는 EU 재무장관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1월 한 달간 정책 당국의 일정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EU가 추구하는 지향점은 재정통합이다. 재정위기 극복의 해법은 결국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 넓게는 유럽의 경제ㆍ정치 통합이 EU의 목표다. 회원국 전체 합의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EU는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시장에서는 유로본드 발행과 ECB의 국채매입 등 과감한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시장을 부양하는데 효과적인 대책이기 때문이다.

유로본드를 발행해서 남유럽의 부실재정 국가들의 부도 위험을 차단하고 ECB가 무제한으로 돈을 풀어 유럽 국가들의 국채를 매입하면 시장이 안정을 찾는다는 논리다.

시장과 당국의 입장은 마치 100m 스프린터와 마라톤 선수만큼 다르다. 시장은 당국이 100m를 전속력으로 달려 결승점을 통과하길 원하지만, 당국은 42.195㎞를 완주해야 하므로 페이스 조절에 역점을 둔다. 이번 주 예정된 독일과 프랑스 정상회담과 ECB 통화정책 회의를 계기로 시장과 당국의 시각차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ECB는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취임한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최근 두 달 연속 금리를 내렸기 때문에 또 인하하는데 부담이 크다. 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ECB의 무제한 국채매입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다. EU의 정치적 합의 없이 ECB 단독으로 결정 내리기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독일을 비롯해 ECB의 국채매입을 반대하는 EU 정상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ECB의 역할이 제한적인 가운데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입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관심사다.

스페인은 12일, 이탈리아는 13일 각각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탈리아 국채금리가 임계점인 7%를 넘긴 가운데 시장참가자들은 낙찰 금리가 어느 수준이 될지 주시할 것이다. 1분기에 국채 만기가 집중된 이탈리아가 첫 시험대를 어떻게 통과할지 주목된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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