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새해 초 시장의 화두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채권시장에서 자금이 빠져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큰 흐름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경기부양책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되면 채권 금리의 하락이 불가피하고, 상대적으로 주식시장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시장참가자들은 전망했다.

실제로 트럼프의 당선부터 취임 전까지 이른바 '허니문' 기간에 미국의 시장금리는 큰 폭으로 올랐고, 미국 증시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기염을 토했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동반 상승하며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현실화하는 듯했다.

그러나 정작 트럼프 취임 후 상황은 시장의 기대만큼 흘러가지는 않고 있다. 20,000선을 넘기며 승승장구하던 다우지수의 상승세는 주춤하고 시장금리도 지난 연말 고점을 찍은 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바탕으로 한 트럼프의 경기부양책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은 채 시간만 흐르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가능성과 반이민 정책 등 내놓는 정책마다 논란거리를 만들어내고 있고, 각종 행정명령 등이 나올 때마다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과 중국, 일본 등을 상대로 사실상 환율전쟁을 선언해 각종 가격변수를 들썩이게 하면서 국제사회에 불안감을 야기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레이트 로테이션의 바탕이 될 미국의 금리 인상도 애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에 따라 시장금리의 상승세(채권값 하락)가 주춤해졌으며 오히려 트럼프의 불확실성이 이슈화될 때 안전자산 심리를 빌미로 금리가 내리는 경우도 종종 나타난다.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대통령이 탄생한 만큼 시장은 지금 좌충우돌하며 트럼프 정부의 적응기를 거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국내외적으로 많은 말을 쏟아내며 논란을 만들고 있고, 그의 정책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시장의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레이트 로테이션에 대한 기대가 되살아나려면 트럼프 정책의 불안 요소들이 해소되는 게 선결과제일 것이다. 가깝게는 6일 예정된 트럼프 정부의 예산안 제출, 10일 있을 미·일 정상회담 등의 변수가 있고, 멀게는 4월 예정된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도 지켜봐야할 변수다. 상당 기간 트럼프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다. '걱정의 벽'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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