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최환웅 기자 =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유럽사태는 환율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못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또 국내 고환율정책은 성장에 도움이 됐지만, 양극화를 악화시킨다고 평가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마련한 동반성장연구소 집무실에서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과거 대기업을 육성했을 때처럼 중소기업을 정책적으로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 논의와 관련해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과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의 최근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다음은 정 이사장과의 인터뷰 내용

--동반성장위원회라는 공직을 그만두고 개인적으로 동반성장연구소라는 민간조직을 만든 이유는 무엇입니까.

▲위원장을 할 때나 연구소에서 이사장을 할 때나 문제의식은 똑같다. 위기감, 책임감, 의무감 등이 이유다. 위기감은 한국경제는 크게 성장한 건 사실이지만 양극화가 심해져 시스템 자체가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의미다. 그리고 대학총장을 하고 총리도 한 사람으로서 이를 수수방관할 수 없다는 책임감이 있다. 의무감은 어릴 때 저한테 경제적인 도움도 주고 인격형성에 도움 준 3.1운동 33인에 더해 34인으로 불리는 스코필드 박사의 영향이다. 균형성장에 이바지하라고 하셨다.



--민간보다 정부에 있을 때 생각하신 뜻을 정책적인 측면에서 더욱 잘 실현시킬 수 있는 측면도 있지 않습니까.

▲동반성장위원회에 그냥 있으면서 그 업무를 잘할 수 있었다면 왜 그만뒀겠습니까. 인원예산 대폭 확대되지 않으면 제대로 역할하기 어렵다. 나보다는 예산이나 인력을 더 확보할 수 있는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3월 하순에 계산 없이 그만뒀다. 연구소에서 더 넓게 생각하고 시민교육이나 시민운동 등을 통해서 아이디어를 정책화한다거나 법제화한다는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동반성장과 비슷한 맥락에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경제민주화에 대한 담론들이 쏟아지고 있다. 여야에서 이야기하는 경제민주화의 차이점은 뭐라고 보십니까.

▲교환과정에서 나에게 불리한 조건이면 '노'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경제민주화다. 개인적으로 '도전받는 한국경제'라는 책에서 한국경제의 발전방향을 경제민주주의로 제시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주장은 늦었다. 최근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를 보면 '또 선거철이 왔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의원이 주장하는 것이 대기업 담합 처벌 강화, 하도급 분쟁시 단체협상권 부여, 일감 몰아주기 근절, 대기업과 지배주주 일가의 특별사면 자제 등이다. 현상의 불공정사항 개선 없이 공정거래를 하자는 것이다. 뉴욕 양키스와 아마추어구단을 서로 게임하도록 해놓고 공정하게 심판 봐주겠다는 것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경제민주화 정책이 아니고 허구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것은 순환출자금지, 금산분리강화, 지주사 규제강화, 출자총액제한제 등이다. 진정성은 있으나 여기서 그친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는 공정거래정책에 불과하고 민주당 안은 보완해야 한다.



--동반성장을 하면서 환율정책 등 많은 부분에서 대기업을 위한 정책을 운용했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학자로서 이런 부분을 지적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을 하시는지요.

▲총리를 할 때부터 이명박 대통령께 할 말씀은 다한다고 얘기했다. 내부에서는 온갖 얘기를 다한다. 고환율정책은 고쳐야 한다고도 했다. 물론 밖에서는 말을 조심해야 했던 측면 있다. 2008년 이른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외환확보였다. 그래서 수출, 고환율로 끌고나갔다. 재정도 확대했을 뿐 아니라 앞당겨 집행했다. 수출이 잘되고 재정정책효과 나타나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줬다. 이 때문에 2009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폴란드, 호주와 함께 한국 세 나라만이 플러스 성장을 했다. 2010년에는 6.2% 성장으로 OECD 중에서 가장 높았다. 그런 측면에서 성공한 측면이 있다.



--고환율 정책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했다는 말인가요.

▲위기에서 벗어났으면 빨리 환율을 정상화해야 하는데, 늦었다. 고환율로 수출기업은 신나지만, 일반인은 수입물가 올라 손해다. 대기업은 성장과 고용의 상관관계가 낮다. 기술집약적이기 때문에 성장해도 고용이 늘지 않는다. 반면 중소기업은 성장과 고용의 상관관계가 높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현격한 차이가 나는 마당에서는 꼭 고르자면 중소기업이 크는 쪽이 좋다. 결과적으로 고환율정책을 빨리 변경해야 하는데 좀 늦었다. 고환율정책은 성장에 도움이 됐지만, 양극화는 오히려 악화됐다. 이는 MB정부의 총리를 맡게 된 이유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런 문제점을 속으로 들어가서 고쳐보고자 했다. 균형추 구실을 하려고 했다.



--최근 유럽문제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의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유럽통화동맹은 독일과 프랑스의 합작품이다. 그런데 성공할 수 없다. 통화동맹을 맺으면 각국간 환율이 고정된다. 그러면 국제수지 악화시 조정 메커니즘이 없어진다. 해결책은 재정통합이다. 미국에 USA가 있는 것처럼 USE를 만드는 것이다. 유럽연방정부인 셈이다. 결국, 정치동맹이다. 정치동맹이 안 되니깐 금융동맹 하자거나 각국이 스페인 국채를 사주는 것이다. 금융동맹도 쉽지 않은데 재정동맹은 더욱 쉽지 않은 것이다. 미합중국처럼 유럽에서도 유럽합중국과 같은 것을 세워 정치 통합하는 것이 좋지만 어려워 보인다.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되면서 한국경제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경제에 대해서 전망을 부탁하겠습니다.

▲세계경제는 몹시 어렵게 될 것이다. 유럽이 힘들면 대유럽 수출이 줄었다. 직접 줄어든 것도 있으나 중국의 유럽 수출이 줄면서 그에 따른 우리 부품에 대한 중국의 수요도 줄어든다. 유럽에 대한 직접수출이 줄고 간접수출도 줄어든다. 수출이 줄어들면서 한국 경제도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우리 경제와 서민들은 IMF 때보다 더한 상황을 맞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경제정책에 집중해야 할까요.

▲지난 10년간 투자가 모자랐다. 투자가 안 되는 것은 대기업은 돈은 많은데 투자대상이 없다. 중소기업은 투자대상은 많은데 돈이 없다. 핵심원천기술은 대학이나 연구소가 해야 한다. 이익도 공유해야 한다. 정부가 발주할 때 70~80% 이상을 중소기업에 발주해야 한다. 그러면 대기업 돈이 자연스럽게 중소기업으로 흘러간다.



--이익공유제에 대한 이견들이 적지 않았다. 최근에도 경제민주화나 동반성장 등에 대해서 부정적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최근 문재인 대선후보가 이익공유제 채택한다고 발표했는데, 환영할 만하다. 반면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동반성장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대기업 때리기는 안된다고 했다. 상당히 애매모호한 발언이다. 동반성장은 대기업을 때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대기업을 위하는 것이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경제민주화를 모르겠다고 했다. 경제민주화는 헌법에도 나오는 국민적인 관심사인데, 이를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한 발언은 다소 어처구니가 없다. 대기업 때리자가 아니라 중소기업이나 기타 약자들을 더 육성하자는 취지다. 사실 지난해 12월13일 동반성장위원회를 소집했는데, 공교롭게도 대기업 대표 9명이 모두 불참했다. 올해 1월에도 그랬다. 그 배후에 전경련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경제의 가장 큰 취약점은 무엇이고,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한국경제의 가장 큰 취약점은 경제 생태계가 선순환 구조가 폐쇄됐다는 것이다. 개인 능력과 아이디어만으로도 부의 창출을 이룰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미국의 재벌 10명중 7~8명은 자수성가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기업의 순위도 수시로 바뀐다. 성장의 틀을 유지하면서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목표다. 내수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 중소기업 지원 육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소기업 육성은 과거 개발시대에 수출대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했던 것처럼 중소기업 산업정책을 국가가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즉 국가가 중소기업을 인큐베이트하는 국가주도형 정책을 펴야한다. 중소기업 육성은 좋은 일자리 창출이 목표다. 청년실업과 복지부담이 해소된다.



--그렇다면 거시정책 측면에서 한국이 집중해야 할 부분은 어떤 부분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재정건전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 우리가 보유한 외환보유액은 아무리 많아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려면 국가부채뿐 아니라 지방정부 부채, 공기업 부채 등을 총괄해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미 공공기관 부채가 463조원이다. 자본 235조원인데 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197%로 200%에 육박한다. 이것은 국가부채 420조원을 앞지르는 규모다. 그리고 일부 지방정부는 과도한 전시성 행사 등으로 디폴트 선언을 해야 할 정도까지 늘었다.



--지금 통화정책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통화정책을 포함한 금융정책은 국제사회와도 관련된 것으로 금융정책을 쓰는데 한계가 있다. 금융정책의 효율성은 약해졌다. 통화정책은 한은에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한다. 물론 지금까지 한은이 잘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앞으로 중장기적인 계획은.

▲여러번 얘기했다. 위기감, 의무감, 책임감 등을 이야기했는데, 동반성장을 위해서 일생 일하고 싶다. 동반성장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준비가 돼 있다. 동반성장 사회를 만드는 데 있어서 누구와도 협력하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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