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투자업계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 좋은 운용역 채용 열풍이 불고 있다. 500조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소속의 운용역들이 대거 여의도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와 국내외 자산운용사를 비롯해 보험사나 서울 내 연기금 등에 국민연금 운용역의 이직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실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이 국민연금 인력을 최근 보강했고, NH투자증권과 삼성생명 등도 이들 채용에 동참했다.

대형사는 물론이고 중소형사도 국민연금 운용역 모시기 경쟁에 뛰어든 양상이다.

현재 업계에서 이들을 가장 활발히 채용하는 분야는 증권사의 경우 대체투자와 자산배분 및 운용, 자산운용사는 해외투자와 멀티에셋투자부문 등이다.

대형 보험사의 경우 아웃소싱운용 부서 등에서 국민연금 출신 인력을 공격적으로 뽑고 있다.

업권별로 사업 역량이 집중되는 조직을 중심으로 인력 수요가 늘어나고, 자연스레 인력 공급도 맞춰지며 활발한 채용이 진행되는 것.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이달말 전주 이전을 앞두며 운용역의 이탈이 가속화된 데 따른 반사 이익을 누리는 셈이다. 기금운용본부 내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8명이 사의를 표명하며 작년부터 40명 가까운 인력이 대거 빠져나왔다.

금투업계는 다양한 경력 후보군에서 운용역을 수월하게 채용하는 상황이다. 준(準)CIO급에 해당하는 국민연금 실장급 인사를 최근 한 해외자산운용사가 재빠르게 영입한 게 좋은 예다.

실장급 인사의 절반 가까이가 금투업계로 선회하는 등 작년 말 운용전략실장과 런던사무소장의 이탈에 이어 고참급 운용역의 민간행이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업계가 이들 운용역을 크게 반기는 것은 몸값과도 연관이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 운용역은 일반적으로 계약 기간 3년의 전문 계약직이다. 최근 금투업계는 이들을 영입하는 데 일반적으로 국민연금 연봉의 약 2배 가량을 제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이라는 상징성과 운용규모 등을 고려해 업계에서 국민연금으로 넘어올 때 최대 20~30% 수준으로 연봉이 내려갔지만, 다시 돌아오는 데는 이전 수준의 몸값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 이전이라는 이슈로 운용역들이 대거 시장에 나오며 이들 몸값이 평소보다 내려간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업계로 이직한 전 국민연금 운용역은 "앞으로 추가로 퇴사를 결심한 운용역이 적지 않고, 최종 결심을 하지 않더라도 일단 자산운용사나 증권사 등에서 인터뷰를 진행 중인 인력도 많다"고 전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중요성을 볼 때는 고급 인력이 빠져나가는 게 안타깝지만, 업계 입장에서는 최적의 운용역을 뽑을 좋은 기회"라며 "국민연금은 물론 해외 주요 투자자를 카운터파트로 상대했던 업무 경험은 업계에서 충분히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증권부 권용욱 기자)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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