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항공분야 M&A 이력과 계획 추가>>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방위산업을 영위하는 한화그룹이 알짜 매물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그냥 놔둘까.

한화그룹은 삼성과 현대차, 한진그룹 등과 함께 한국항공우주(KAI)의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공식적으로 관심 없다고 밝혔다.

그룹 전체가 태양광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데다 ING생명 인수전에도 뛰어들면서 여력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3일 IB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오너십이 어느 그룹사보다 강한 한화그룹이 김승연 회장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진단했다. 한화그룹은 이미 KAI에 대해 어느 정도 스터디도 해놓은 상태다.



◇지난해 검토 후 인수대상서 제외 = 한화그룹은 지난해 내부적으로 KAI를 분석했으나 일단 인수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외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우선 KAI의 높은 인수가격이 걸림돌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KAI 인수가격은 최대 1조5천억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자금 회수가 늦은 KAI의 사업 구조상 당분간 투자에만 집중해야 할지도 모른다.

과거 대우조선해양 인수 번복으로 3천150억원의 이행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있는 한화그룹이 또다시 조 단위 M&A에 나서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또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태양광 업황이 부진하면서 사업과 재무를 다독이며 갈 필요도 있었다.

2010년 8월 세계 4위의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인 중국의 솔라펀파워홀딩스(현 한화솔라원) 지분 절반을 4천300억원에 인수한 것을 비롯해 적잖은 지분 인수와 투자를 실행했다. 그러나 다른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업황 부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장일형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사장은 지난해 말 기자단 송년회에서 "매출과 이익증대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동양생명과 ING생명 아태법인 인수 시도도 계열인 대한생명이 주도하고 있어 제조업 기반의 다른 계열사와 별개로 움직이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시장 매물을 대부분 검토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검토와 실제 인수는 다른 얘기"라고 말했다.



◇항공방위사업 업그레이드 기회 = ㈜한화는 기초화약 원료에서부터 지능형 탄약, 신관·센서 분야, 유도무기, 무인체계까지 종합방위산업을 영위하고 있다.

특히 한화는 지난 2010년 국내 중소 무인항공기 개발업체인 '마이크로에어로봇'을 인수합병하며 무인항공기 사업에 뛰어든 바 있다. 또 미국 항공기 부품회사인 '킬리 에어로스페이스(Keeley Aerospace)'를 인수하기도 했다.

초소형 무인항공기인 '크로우(CROW)'는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무인항공기 중에서 가장 작은 크기로는 군 관계자들의 관심과 호평을 받았고 해외업체들과 수출 상담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또 유도무기에 쓰이는 항법장치 기술을 항공우주산업 분야의 완제기와 기체부품 등을 개발·생산하는 KAI의 기술과 접목할 경우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해외로 항공기와 헬기부품을 수출하는 한화는 올 5월에 F-15K, F-16 등의 항공기 기체, 엔진 등의 기계부품을 수리·제작하는 공군 제82항공정비창과 기술교류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적어도 한화가 항공방위사업을 키울 의지를 가진 것만은 사실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AI를 인수할 경우 항공분야를 단숨에 업그레이드하게 된다"며 "한화의 유도무기 관련 정밀기술도 KAI에 도움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김 회장 마음 바꿀까 = 한화그룹은 M&A로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번복으로 다소 체면을 구겼으나 늘 M&A에 대한 욕구가 있다.

김승연 회장은 롯데의 신동빈 회장, 두산의 박용만 회장, STX의 강덕수 회장 등과 더불어 실무진도 감탄하는 'M&A 감(感)'을 지녔다. 따라서 KAI 인수전 판세에 따라 얼마든지 김 회장 주도로 딜에 참여할 수 있다고 IB 업계는 예상했다.

또 태양광 업황이 올해 들어 다소 개선되다가 다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악화된 상황에서 김 회장으로서는 다른 M&A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

실제로 한화는 관성항법시스템과 무인항공기분야의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M&A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또 만약 KAI를 인수한다면 그룹의 수출 축으로 삼을 수도 있다. KAI는 올 3월 에어버스(Airbus)로부터 국내 항공기 부품수주 역사상 최대 규모(12억달러)인 'A320 날개 하부구조물(WBP)' 독점 공급계약을 맺는 등 해외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다.

과거 대우조선을 인수하려고 했던 배경에는 수출에 대한 김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었다.

IB 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내부적으로 스터디를 해뒀다면 김 회장의 한마디로 인수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KAI 인수전 참여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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