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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석유 탐사가가 죽어서 천당에 가게 되었다. 이 남자는 천당 바로 앞에서 문을 지키는 베드로를 만났다. 그런데 베드로가 말하기를 “당신은 평소에 착한 일을 많이 하였으므로 천당에 들어갈 자격은 있습니다. 다만, 유감스럽게도 지금 석유 탐사가에게 배정된 주거 구역이 만원이어서 도무지 당신이 들어갈 자리가 없군요.”라는 것이었다.

이 사나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렇다면 천당에 먼저 들어가 있는 선배 석유 탐사가들에게 한 마디만 말하게 해달라고 베드로에게 부탁하였다. 별문제가 없을 것 같아서 베드로는 그렇게 하라고 허락하였다. 그러자 사나이는 천당을 향하여, “지옥에서 석유가 발견되었다!”라고 크게 외치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나이가 고함을 치자마자 천국 문이 열리더니, 천당에 있던 석유 탐사가들이 죄다 지옥으로 앞다투어 달려가는 것이 아닌가! 베드로는 사나이의 기지에 감탄하면서 그에게 석유 탐사가들이 뛰쳐나가 텅 비어 버린 천당에서 아무 집이나 골라 들어가 편히 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저도 사람들을 따라 지옥으로 가야 할 것 같군요. 혹시 저 루머가 사실인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사나이는 루머를 만들어서 만원이었던 천당을 텅텅 비우는 데는 멋지게 성공하였다. 하지만, 자신이 지어낸 루머임에도 다른 탐사가들이 죄다 지옥으로 향하자 마음이 바뀌고 말았다. ‘사람들이 죄다 지옥으로 가는데 무언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그를 덩달아 지옥으로 향하게 하였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잘 알려진 워렌 버핏이 1985년 버크셔 헤더웨이의 영업보고서에서 한 이야기이다. 군중심리가 그만큼 무섭고, 속기 쉽다는 의미이겠다.

루머는 종종 시장을 휩쓴다. 영향력도 크다. 실제로 지난주 주식시장은 온통 루머로 뒤덮였다. 뜬금없는 중국군의 북한 파병설이 시장을 뒤흔들더니, 북한에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급기야 영변 핵시설이 파괴되어 고농도의 핵물질이 서울로 날아오고 있다는 무시무시한(!) 괴담도 돌았다. 물론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 때문에 주가가 출렁거렸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참다못한 당국에서 루머의 근원지를 찾아내어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당연한 처사이다.

하지만 이처럼 ‘말도 안 되는’ 루머에 휘둘리는 것 역시 시장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이다. 자신이 퍼뜨린 루머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석유탐사가들이 우르르 지옥으로 몰려가는 광경을 보고는 자신도 덩달아 따라가는 사내와 같다. 투자자들이 시장의 방향에 자신이 없는지라 루머에 부화뇌동하는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내내 주식시장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데다, 갑작스런 김정일의 사망 이후 불확실한 북한 사정이 투자자를 불안하게 한다. 이런 판국인지라 그럴싸한 루머는 시장을 뒤흔들기 마련. 만일 시장이 한창 상승세로 쑥쑥 치솟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과연 이런 루머가 시장을 뒤흔들었을까? 설령 핵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이 터졌다 할지라도 투자자들은 오불관언(吾不關焉)의 태도였을 게다. 엉터리 같은 루머에도 흔들리고 있으니 이래저래시장의상황은 좋지 못한 셈.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나는 지난주에 엘리어트 파동이론을 빌어서 올해 주식시장의 전망이 비관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작년 8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지수는 1,644까지 처박혔고, 그 이후 반등이 나타나고 있으나 나는 그것을 ‘추세적 상승’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반적인 추세 혹은 대세는 하락세이므로 그 도중에 나타나는 상승은 반등 혹은 조정에 불과하지 그것이 충격파동이거나 혹은 추세의 흐름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나는 반등이 나타나면 오히려 보유주식 비중을 줄일 시기이지 늘릴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굳이 주식을 매수하고 싶다면 한참이나 기다렸다가 최소한 전저점 1,644가 무너진 다음에 슬슬 시동을 걸어도 늦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해볼 때 이거 너무 비관적이 아니냐는 느낌도 드는데, 마침내 의견에 동조(?)하는 투자은행도 생겼다. CLSA가 올해 우리 증시 전망에서 “코스피가 1,400에서 1,600으로 회복되는 과정에서 매수하라. 2008년 이후 가장 좋은 매수 기회”라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으니 반갑다.

새해를 시작하는 지난주 우리 증시는 ‘1월 효과’의 기대감 덕택인지 초반은 상승세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빠졌다. 특히 앞서 언급하였듯 뜬소문에 흔들리는 모습은 전형적인 약세장의 꼴이다. 거래량도 여전히 부진하다.

지난주 초반의 상승세가 주 후반에 하락세로 뒤바뀌면서 단기 기술적 지표들은 일제히 매도신호로 돌아서고 말았다. 그런데 굳이 ‘차트쟁이’의 입장에서 해석한다면 금요일에 주가가 흔들린 것은 사실 루머보다는 차트에서 이미 매도신호가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일목균형표로도 사정은 나쁘다. 후행스팬이 역전된 상태이고, 그나마 살짝 구름을 넘어서기도 하였던 주가는 다시 구름 안으로 숨고 말았다. 이제는 구름 하단의 지지력을 걱정해야 할 참이다. 구름 하단은 1,800선에 걸쳐 있는지라 심리적 지지선의 역할도 한다. 만일 1,800선이 무너진다면 아래로는 별다른 지지선이 잘 보이지 않는다. 순식간에 1,700대 초반으로 밀릴 우려도 있다. 조심하는 것이 그저 상책이다.

(달러-원 주간전망)

일목균형표의 여러 괘선은 나름대로 역할이 있다. 이를테면 전환선은 추세의 ‘첨병’으로 추세전환을 제일 먼저 알리며, 기준선은 추세의 기준이 된다는 식이다. 구름은 알다시피 지지선이나 저항선이 되면서 동시에 추세판단의 근거도 된다.

또한 후행스팬은 이름 그대로 주가를 ‘후행’하므로 추세를 확인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일목산인은 후행스팬을 중시하여, “만일 일목균형표에서 다른 모든 것을 버리고 단 하나만을 택해야 한다면, 나는 후행스팬을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후행스팬은 사용하기에 따라 매우 강력한 예측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일 터.

실제로 최근 달러-원의 차트에서 후행스팬은 막강한 위력을 보였다. 최근 1,150원 언저리에서 환율은 지지를 받으면서 반등하였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후행스팬의 역할이었던 것이다. 차트를 살피면 환율이 절묘하게도 후행스팬의 지지를 받고 반등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거기에다 1,150원 수준은 구름 상단이기도 하였다. 이래저래 지지가 나타났던 것은 무리도 아니었다.

지난주에도 나는 달러-원이 상승세라고 주장하였다. 그 견해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물가불안으로 말미암아 당국의 입장으로서는 환율이 무한정 상승하도록 방관하지는 않겠으나, 근본적인 추세가 상승세인데 흐름을 되돌리기는 어려우리라 판단된다. 차트로는 말할 것도 없다. 의당 상승세일 수밖에 없다.

앞서 나는 코스피지수에서는 단기 기술적 지표들이 매도신호라고 밝혔는데, 달러-원의 경우는 정반대이다. 환율 차트에서 스토캐스틱을 비롯한 단기 기술적지표들은 죄다 매수신호로 바뀌어 있다. 지난 6일 비록 루머에 의한 상승이었으나 10원 이상 달러-원이 치솟은 것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준다. 최근 달러-원은 내릴 때는 하락폭이 미미하였지만, 한번 오를 때에는 상승폭이 강력하게 나타났다. 이것은 역시 상승 장세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롱’전략을 주장한다. 아래로 1,150원 언저리가 막히는지라 매수 포지션을 끌고 가는 데에는 별 어려움이 없겠다. 목표는 소박하게(?) 1,175원 선에 두고 싶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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