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하나대투증권의 존재감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특히 회사채 발행 제도 개선안이 본격 시행되고 수요예측 의무화가 도입된 이후 하나대투증권의 회사채 주관ㆍ인수 순위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간 부채자본시장(DCM)에서 하나대투증권은 사실상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플레이어 중 하나였다. 특히 4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가운데 항상 꼴찌였다.

한정된 인수북 내에서 매우 소극적인 인수 업무만을 해 왔을 뿐 발행사나 투자자 모두에게 큰 족적을 남길만한 트랙레코드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올들어 완전히 탈바꿈했다. 최근 대규모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하나대투증권의 이름은 항상 올라있다. 주요 메이저 IB(투자은행) 대열에 끼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슬슬 나오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긍정적 평가를 받아 내기까지 남모를 고생을 한 인물이 있다. 이종희 DCM실 이사다.

이 이사는 작년 6월 하나대투증권 DCM실에 합류했다. 경남고와 서강대 경영학과를 나와 고려증권과 현대증권, 메리츠증권 등에서 20년 넘는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지난해 하나대투증권에 왔을 때의 가장 큰 고민은 회사 규모에 비해 DCM 역량이 너무 왜소한 것이었다.

명색이 4대 금융지주 계열의 증권사였지만 IB의 가장 기본이 되는 DCM의 실적은 너무 초라했다. 적어도 4대 금융지주 계열의 경쟁 증권사와 견줄 수 있을 정도의 실적은 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강했다.

DCM의 기본 업무인 기업 커버리지를 확대하고 네트워크를 확고히 하는 일에 반년 넘게 전념했다. 최종 수요자인 기관투자자들과의 스킨십도 강화했다. 국내는 물론 외국계까지 폭을 넓혔다.

이러한 노력은 올들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6일 연합인포맥스 리그테이블의 채권 인수ㆍ주관종합(화면 8450)에 따르면 연간기준으로 2010년과 2011년 하나대투증권의 일반회사채 인수 순위는 9위였다. 주관 순위는 10위와 9위였다.

하지만 최근의 순위는 움츠렸던 스프링이 튀어 오르듯 확 오르고 있다.

특히 회사채 수요예측 의무화 이후 발행이 본격화 한 지난 5월 이후 주관 순위는 4위까지 올랐다. 인수 순위도 6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5월 이후 빅딜은 "하나대투증권이 다 먹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종희 이사는 "특정 업종이나 대기업 그룹에 한정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주관 또는 인수에 참여한 것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설정한 올해 최대 목표는 최소 '빅5'에 들어가는 것이다.

다만 무분별한 주관ㆍ인수 경쟁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지양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발행사, 투자자를 꾸준히 접촉하고 그들의 니즈를 파악하면서 진정성있는 자세로 접근할 때 지속 가능한 실적을 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따라서 그는 철저하게 현장주의를 강조한다. 하나대투증권에 합류한 지 1년여가 다 되도록 여전히 정신없이 커버리지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간 하나대투증권과는 별반 상관없는 것과 같았던 기업들과 같이 일을 하게 된 것이 이를 잘 드러내고 있다.

특히 올들어 발행된 유통업체 회사채(롯데쇼핑 제외)의 주관은 하나대투증권이 도맡아했다. OCI, 한화케미칼, GS EPS 등 화학ㆍ에너지 기업의 발행도 담당했고, 삼성테크윈과 삼성토탈 등 철옹성 같았던 삼성그룹 계열사로도 영역을 확장했다.

이 이사는 하반기에도 추가 기준금리 인하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수요는 계속될 것으로 봤다.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염려하는 기업들의 선제 유동성 확보 차원의 발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기회가 될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올들어 지속적으로 진행해 온 대형 딜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히트 레이쇼(Hit ratio)'를 더욱 높이겠다는 게 그의 전략이다. 따뜻한 연말을 맞고 싶은 희망과 기대를 충족하려면 더욱 뛰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제도 변경 이후 다소 어수선한 발행시장의 상황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정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제도 변경이후 나타난 지나친 주관사 경쟁은 과도기적 현상으로 본다"면서 "증권사들의 자정 노력과 출혈경쟁 자제 움직임 등이 나타나면서 곧 정상적인 기조로 회복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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