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양매도는 버려졌다. 도이치 옵션 쇼크 사태, 금융위기 등 지수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여기저기서 '양매도로 수천억원의 손실이 났다'는 등의 얘기가 나왔고 옵션은 탐욕의 아이콘이 됐다.

하지만 인벡스자산운용은 양매도에 일종의 '보험'을 들어 손실을 제한했다. 수익률은 조금 줄어들지만 손실도 한정된다. 이 전략은 지난 8년간 연평균 13.8%의 수익을 안겨줬다.

양태선 인벡스자산운용 대표는 10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파생상품에 투자할 때는 '내일도 9·11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의식을 갖고 포지션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양매도에서 다시 한 번 매수 포지션을 만드는 것은 보험사가 재보험을 드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말했다.





지난해 전문사모집합투자(헤지펀드) 운용사로 전환한 인벡스자산운용은 국내 운용사 중엔 유일하게 파생상품만 사용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대표 펀드인 '인벡스W'는 코스피200지수 옵션으로만 펀드를 운용한다. 옵션 100%라고 하면 수익률도 롤러코스터일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지난 8년간 누적 운용 수익률은 110%다. 월 단위로 많이 내려야 6%, 많이 벌어야 8%다. 2010년 11월 도이치증권 옵션 쇼크로 운용사 및 자문사가 수백억원대 손실을 내 문을 닫았을 때도 인벡스운용의 일임형 포트폴리오는 2.4%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양 대표는 "풋옵션과 콜 옵션을 모두 매도하면 확률이 70%로 수익을 내게 된다"며 "일반적인 옵션 전략이기는 하지만 다른 하우스와 달리 일정 수준의 외가격(OTM)에서 매수 포지션도 동시에 잡는다"고 귀띔했다.

즉, 기본적으로 코스피200 옵션에 양매도를 하고 더 바깥쪽의 OTM에서 매수를 해 손실을 제한한단 뜻이다. 양매도란 콜옵션과 풋옵션 모두 매도 포지션을 취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초자산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일정 수준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지수가 급락하는 등 손익 분기점을 넘어가면 매도 포지션에서 손실이 무한대로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외가격에서 매수 포지션을 같이 잡아둬서 손실일 제한한다.

양 대표는 "등가격(ATM)에 근접한 풋·콜은 팔고 더 바깥쪽에 있는 OTM을 사면 비용 부담이 생겨 수익률 자체는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손실을 제한할 수 있고 포지션을 분할로 진입하면 손익 변동도 감소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하우스도 선물·옵션을 추가 수익을 내거나 차익거래, 롱숏 등에 사용하기도 하지만 비중은 제한적이다.

부티크나 투자자문사 중에 양매도 전략을 쓰는 곳도 많지만 이들이 헤지펀드 운용사로 전환하기도 힘들다.

펀드의 파생상품 위험평가액 문제가 가장 크다. 현재는 사모펀드 순자산에서 위험평가 수준이 400%를 넘으면 안되기 때문에 파생상품 비중을 높게 두기가 힘들다.

하지만 인벡스운용의 경우 증거금을 기준으로 했을 때 위험평가 수준이 20~30%로 낮은 편이다.

양 대표는 "옵션에 매도·매수 포지션을 같이 두기 때문에 위험평가액이 줄어들게 된다"며 "100억원 짜리 펀드도 위험평가액을 따지면 20억원밖에 되지 않음 절대적으로 작은 수준이다"고 귀띔했다.

양태선 대표는 지난 20년 동안 홍콩 헤지펀드와 시티은행, 투자자문사, 칸서스자산운용 등에서 파생상품으로만 포트폴리오를 운용해왔다.

그는 "자동차 보험사를 봐도 사실 고객 계좌는 손실, 회사는 계속 돈을 버는 구조란 점에서 우리나라 보험 시장의 모습과 비슷하다"며 "손실 구간을 참고 견디면 다시 수익을 회복할 수 있는데 '옵션=무조건 개인 손실'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옵션은 비대칭적인 구조이기 때문에 개념적으로는 옵션을 매도하면 돈을 벌 수밖에 없는데 잠깐 손실이 났을 때 그걸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를 팔아서 손해를 보는 건데 그게 마치 옵션이란 상품 자체가 문제가 된 것처럼 보니 파생시장이 점점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마무리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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