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과거와 달라진 모습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중한 태도와 조심스러운 언행에서 최근 명확하게 입장을 표명하곤 한다.

옐런 의장은 지난 14일(미국 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금리를 너무 늦게 올리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unwise)"라고 했다. 금리 인상을 미루면 과거에 연준이 겪었던 실수를 되풀이 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말이라는 말도 나온다. 옐런은 취임 후 이제까지 이렇게 노골적인 발언을 한 적이 거의 없다. 물론 몇 차례 시장을 놀라게 한 적은 있지만 이는 취임 초에 나온 실수였을 뿐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다.

시장에서도 옐런의 공격적인 발언에 적잖이 놀란 눈치다. 옐런의 청문회 발언 이후 3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급부상했다. 애초 6월쯤에 첫 금리인상이 있을 것으로 봤던 시장의 전망은 3개월 앞당겨졌다. 3월 금리인상 가능성에 베팅하는 월가의 투자자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아직 30% 중반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확률은 올라갈 것이다. 최근 발표되는 미국의 경제지표들마다 경기호황을 증명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옐런의 매파적인 입장 표명으로 향후 연준은 분기당 1번씩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3월에 금리인상이 현실화되면 6월과 9월에 한차례씩 올리고 상황을 봐서 12월에 한번 더 금리를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비둘기로 불리던 옐런이 이처럼 매로 급격히 선회한 것은 내년 이후 달라질 연준의 주변환경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말까지 5명의 연준 이사를 교체할 수 있다. 여기엔 옐런 의장과 스탠리 피셔 부의장도 포함된다. 7명의 연준 이사진 중 5명이 바뀌게 되면 트럼프 정부가 연준을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경기활성화를 원하는 트럼프는 자신의 입맛대로 연준 의장과 이사진을 구성한 후 저금리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작년 대통령 선거 유세에선 연준이 정치적 이유로 금리를 늦게 올린다고 비판했지만, 정작 집권 후엔 경기회복을 가로막는 금리 인상을 마뜩잖아한다.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달러 강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트럼프에겐 부담요소다.

이러한 전후 사정을 고려해 옐런 의장이 금리인상과 관련해 공격적으로 접근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사례를 볼 때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은 최소한 중립금리까지는 진행돼야 하는데, 내년 이후에 트럼프 정부가 연준을 장악하게 되면 절반에도 가지 못한 상황에서 금리 정상화가 중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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